[횡설수설/김승련]“지옥 맛볼 것” 트럼프 경고 먹혔나… 이-하마스 6주 휴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16일 23시 18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불가능해 보이던 휴전협상이 타결됐다. 우선 6주간 전투를 중단하고, 이스라엘 포로 1인당 하마스 수감자 30명 비율로 맞바꾸는 포로 교환이 시작된다. 3단계 휴전 합의 중 1단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 닷새 전에 타결됐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가자지구 경계선을 넘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200명가량 살해하고, 약 250명을 인질로 끌고 가면서 시작된 전쟁이 15개월 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 중 어느 쪽 역할이 더 컸느냐를 두고 뜨겁게 논쟁 중이다. 타결 발표는 트럼프가 X(옛 트위터)를 통해 선수를 쳤다. 바이든이 몇 시간 뒤 기자회견에서 “힘겨운 협상을 마쳤다”며 성과를 내세웠지만, 기자들은 ‘어느 쪽 공로가 더 크냐’는 질문을 빼놓지 않았다. 바이든은 “지금 농담하는 거냐”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서명 당사자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먼저 전화한 건 바이든이 아니라 ‘미래 권력’ 트럼프였다. 이스라엘 보도자료는 온통 트럼프의 역할을 강조했고, 바이든을 거론한 건 딱 1문장이었다.

▷미국 전문가들은 두 대통령을 모두 평가했지만, “내가 당선됐기에 가능한 휴전 합의”라는 트럼프의 말은 무시하기 어렵다. 휴전 협상 내용은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5월 내놓은 것과 흡사하다. 하지만 8개월 동안 진척이 없다가 “내 취임식 날까지 미국인을 포함한 인질을 안 풀어주면 전면적인 지옥을 맛볼 것”이라는 트럼프의 엄포 후 속도가 났다. 트럼프는 친구인 뉴욕의 부동산 사업가 스티브 윗코프를 특사로 임명했다. 유대계이지만, 외교도 중동도 문외한이었다.

▷윗코프 특사는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데 능력을 발휘했다. 11일 이스라엘로 날아가면서 “무조건 일정을 잡자”고 했다. 토요일인 그날은 유대인들이 엄격하게 지키는 안식일이었지만, 이스라엘이 따랐다고 한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협상 타결은 네타냐후 총리의 결심으로 가능했다. 그는 전쟁 중이라 현직을 유지할 뿐이지, 전쟁이 끝나면 퇴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트럼프와 협력할 때라야 휴전 후에도 권력 연장이 가능하다고 여겼을 공산이 크다.

▷지금의 국제 질서는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더 불안정해졌다고 평가된다. 불필요한 해외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재등장이 겹치면서 국제 분쟁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취임 직전에 어렵다던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성사됐다. 트럼프는 알려진 대로 자신이 주인공인 ‘거래의 성사’에 관심이 크다. 군사력은 제한적으로 쓰겠다면서도 “지옥을 맛보게 될 거다”라는 식의 엄포 외교를 서슴지 않는다. 이번 협상 타결은 더 자신만만해진 트럼프식 외교의 서막일 수 있다.

#트럼프#경고#이스라엘#하마스#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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