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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희귀질환자 설 곳이 없다

입력 2023-03-17 03:00업데이트 2023-03-17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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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에서 삶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자들의 국가 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려 희귀질환자의 고충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6일 국회에서 삶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자들의 국가 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려 희귀질환자의 고충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우리나라엔 대략 1000여 가지의 희귀질환이 국가관리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세계적으로는 희귀질환은 6000∼7000여 가지에 이른다. 희귀질환은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하는 것부터 생명을 위협하지 않지만 전 생애에 걸쳐 삶을 위협할 정도의 고통과 어려움을 야기하는 질환도 있다.

희귀질환 환자는 적게는 10명 미만,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른다. 국내 의료법상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2만 명 미만인 경우에 지정한다.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국민건강보험 ‘희귀질환 산정특례’를 적용해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 등에 따라 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10%로 떨어진다.

6일 국회에선 발달장애 딸을 키우며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삶을 위협하는 희귀질환의 국가 관리 강화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희귀질환자들은 워낙에 환자 수가 적다 보니 항상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결국 희귀질환자들은 제도와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국가나 사회의 도움 없이 홀로 고스란히 아픔을 감내하고 있다. 희귀질환자들에게 약자 복지, 필수 의료를 강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말이 아직 이들에게는 남 일처럼 여겨진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신 농포성 건선이라는 희귀질환으로 직장도 잃고 사회생활을 힘겨워하는 한 남성 환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전신 농포성 건선은 온몸의 피부에 열이 나서, 빨갛게 붓고, 피부에 고름 물집이 생기고, 그리고 그런 농포들이 엉겨 붙어 결국 살점이 떨어지기 때문에 온몸이 쓰라린 고통을 가져오는 질환이다. 전신 농포성 건선은 건선 중 유병률이 1%에도 미치지 않는 희귀건선인데도 일반 건선으로 인식한 나머지 아직도 희귀질환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 남성은 20대에 대기업의 정직원으로 채용이 됐는데, 승진을 앞두고 질환이 재발했다. 그리고 병가를 쓰는 바람에 승진 대상자에서 누락되고, 결국 길어진 입원 기간 때문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질환에 대한 오해로 인해 사람들도 피했다. 이처럼 희귀질환으로 인해 당사자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그렇다면 제도 밖에서 혼자 싸워야 하는 환자가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나 낙인이 없도록 하기 위해 질환에 대한 인식도를 높여야 한다. 지금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도 꾸려져 있고 질병관리청에서도 의사 출신의 공무원이 희귀질환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언론이 힘을 합쳐 우리가 몰랐던 희귀난치성질환들을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 해야 된다. 특히 유전성질환인데도 전염성질환으로 잘못 알고 타인으로부터 이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희귀질환이지만 여전히 국가에서 희귀질환으로 인정 못 받는 질환이 매우 많다. 이들을 하나하나 살펴서 기준에 맞으면 조속히 희귀질환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알려진 희귀질환 중에 아직 인정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질환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개 이차적 원인으로 오는 질환이다. 즉, 태어날 때 생기는 질환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고나 원인으로 인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소장을 본래 길이의 절반 이상 제거했을 경우 발생하는 소화흡수불량증인 단장증후군, 조혈모세포이식 시 면역 이상이 나타나는 이식편대숙주병, 신생아 저산소 허혈증 뇌병증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 이와는 반대로 시신경척수염(데빅병), 신경섬유종증(비악성) 1형, 파브리(앤더슨)병의 경우 희귀질환으로 지정은 됐지만, 질환 인식도가 낮고,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제대로 지원을 못 받기도 한다.

물론 희귀질환이 인정됐다고 환자의 고통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치료제는 있지만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온몸의 이곳저곳이 붓는 희귀질환인 유전성 혈관부종이라는 질환이 있다. 질환 특성상 예방약이 치료제인데 국내에서는 현재 부작용이 심한 약만 보험급여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혁신적인 예방적 신약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보험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들의 사용이 막혀 있다.

이처럼 국내에 허가만 받았고 아직 보험급여를 받지 못한 신약들은 다른 희귀질환에서도 매우 많다. 제약사는 높은 가격을 받길 원하고, 정부는 약제 비용을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대치 중인 치료제들이다. 결국 이 과정에서 환자들만 고통을 받는다. 누구나 환자나 환자의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측은지심,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제약사, 정부, 환자단체들이 손잡고 나아가야 하는 질환이 희귀질환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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