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그래도 조용한 편이다. 역사에는 전쟁에서 패배해서 영원히 사라져 버린 나라, 타국에 병합되어 언어와 문화마저 잃어버린 나라도 많다. 때로 그런 나라와 도시는 파괴자의 전승비에서나 이름을 읽을 수 있다. 페르시아는 거대한 제국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정복 전쟁에 대한 자신들의 기록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우리는 이 거대 제국의 멸망뿐 아니라 성장 과정도 대부분을 그리스 관찰자들의 기록에 의존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 기록, 역사학의 존재, 설명 자체를 회의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다. 역사학이란 그런 왜곡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는 학문이다. 다른 학문은 그렇지 않은가? 천문학도 승자의 역사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은 우리 시야에 가깝게 있는 별, 밝은 별, 우리 시야에 먼저 도달해서 저 멀리 있는 빛을 가리는 별들로 시작한다. 그 너머에 있는 빛을 발견하고, 가시적인 세계 너머의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불확실성과의 싸움은 모든 학문과 과학의 존재 이유이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