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10km 마라톤대회 완주 기쁨도 큰데 풀코스는 어떨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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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6일 열린 고구려마라톤 10km에 출전해 ‘가이드러너’ 홍산 씨(오른쪽)와 함께 
달리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운동을 즐긴 김 의원은 건강도 챙기고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김예지 의원 제공
김예지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26일 열린 고구려마라톤 10km에 출전해 ‘가이드러너’ 홍산 씨(오른쪽)와 함께 달리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운동을 즐긴 김 의원은 건강도 챙기고 완주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김예지 의원 제공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43)은 지난달 26일 서울 뚝섬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고구려마라톤대회 10km에 출전해 달리다 반환점을 돈 뒤 얼마 안 가 넘어졌다. 레깅스에 구멍이 났고 오른쪽 무릎에서 피가 흘렀지만 편의점에서 밴드를 사서 붙이고 완주했다. “중도에 포기할 수 없었다”는 그는 “마라톤은 완주라는 확고한 목표의식을 심어준다”고 했다.

“학창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했지만 의정활동을 하면서는 운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새로운 분야라 적응도 해야 하고 제 관심 분야 정책도 개발해야 하고…. 혼자 요가를 하다가 건강이 나빠져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달리기 시작했어요. 요가는 개인 수련이고, 마라톤은 완주라는 목표가 있어서 좋았어요.”

김 의원은 지난해 지인의 소개로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회(VMK)에 나가면서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VMK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동호회다. 매주 토요일 서울 남산에서 함께 달린다. 비장애인들이 빛 나눔 동반주자(가이드러너)로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달린다. 김 의원은 “다양한 분들과 함께 달렸다. 특히 이기호 VMK 회장님은 70세에도 정정하게 풀코스를 달려서 놀랐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말 서울대 체육관에서 장애인 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던 홍산 씨(28·서울대 산업공학과 박사과정)를 만나 주기적으로 함께 운동하고 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 석사과정에서 특수체육을 전공한 홍 씨는 김 의원의 가이드러너가 돼 주 1회 1시간 30분씩 달리고 있다.

김 의원은 운동 마니아다. 어릴 적부터 수영을 했고 서울맹학교 때는 골볼, 피구, 발야구에 육상과 체조의 평균대 종목까지 시도했다. 2007년부터 7년간 이어진 미국 유학 시절에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했다. 그는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피트니스센터에서 근육을 키우는 재미를 배웠다.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머리도 맑아진다”고 했다.

2014년 5월 귀국한 그는 다시 음악가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면서 운동을 잠시 등한시하기도 했지만 2019년부터는 유산소 운동으로 탠덤 사이클(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팀을 이뤄 타는 사이클)을 시작했다. 그해 10월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이클 여자 장거리에 출전했다.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출전을 목표로 준비하는 과정이 좋았다. 겨울엔 스키와 바이애슬론을 했다. 2020년 2월 열린 전국장애인겨울체육대회 여자 크로스컨트리스키 4km 클래식B 블라인딩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 바이애슬론 스프린트 4.5kmB 블라인딩에서는 동메달을 땄다.

피아니스트와 스포츠인으로 활동한 그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때 ‘장애인 문화, 예술, 체육 분야’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장애인 정책 입안에 있어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배려’라고 착각하고 ‘생색’내는 것을 거부한다. 장애인에게 특혜를 줘야 한다는 생각과 문화가 남아 있는 현재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차별’은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의원은 올 초 다양한 장애 유형을 고려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의정보고서’를 발간해 화제를 모았다. 2020년과 2021년도 의정보고서에 QR코드를 넣어 자막과 영상을 함께 제공했던 그는 이번엔 점자, 사진, 음성, 영상, 자막 등 다양한 접근성을 고려해 제작했다. “장애인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공동체의 의사 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취지였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피아노와 마라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라톤은 땀을 얼마나 많이 흘리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집니다. 하프코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과 땀이 필요하죠.”

김 의원은 19일 열리는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10km에 출전한다. 그는 “마라톤은 규칙적으로 훈련해야 완주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며 “지금은 10km에 도전하지만 차근차근 준비해 5년 안에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예지 의원#마라톤#10km#풀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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