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달래는 동네 서점[내가 만난 名문장/봉봉]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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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봉(필명) 작가·‘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저자
봉봉(필명) 작가·‘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저자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피넬로피 피츠제럴드 ‘북샵’(1978년) 중에서


동네 단골 헌책방 출입문에 위와 같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책방 사장님이 지은 건가 싶어 여쭤보니 아니란다. 영화에서 본 거라며 그 내용을 들려주신다.

“남편과 사별한 중년의 여인이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홀로 서점을 열려고 합니다. 남편을 처음 만난 추억의 장소죠. 그런데 하필 서점으로 하려던 건물이 지역 유지가 탐내던 곳이었어. 그래서 외지인인 그녀 일에 온갖 훼방을 놔. 그녀는 굴하지 않죠. 다행히 마을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는데….”

영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스토리가 사장님 사연과 비슷하다. 은퇴 후 가진 것 없이 막막하고 외롭던 시기. 당신도 헌책방 문을 열 때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그에게는 못된 지역 유지 대신 조력자들이 있었다. 기존에 터를 잡고 있던 동네 책방들이 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이다. 인천의 오래된 헌책방 동네인 배다리의 삼성서림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야기다.

사장님이 언급한 영화의 원작은 영국 작가 피넬로피 피츠제럴드의 소설 ‘북샵’(1978년)이다. 소설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겼다고 한다. 작가의 이력이 특이한데, 그녀 나이 61세에 첫 소설을 펴냈다. 병든 남편을 위로하려 쓰기 시작한 것이 직업이 되었다고 한다. 뒤늦은 데뷔였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책방 손님 누구에게나 사장님은 믹스 커피를 타준다. 손님이라고 해봐야 하루 종일 뜸하고 그나마 책을 사는 이는 더 적다. 오히려 갈 곳 없는 동네 어르신들이 따뜻한 온기를 찾아 책방을 찾는다. 할 일 없는 이도 잠시 책장을 넘기며 숨을 고른다. 책을 사지 않아도 책방은 누구에게나 피난처가 되어준다. 마치 책으로 만든 공원 같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가롭게 책을 읽다가 출입문을 바라본다. 문득 글자가 이렇게도 읽힌다. “그 누구도 결코 외롭지 않아야 한다.”

봉봉(필명) 작가·‘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저자
#외로움#온기#동네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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