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이창무]선구안이 필요한 주택시장 정상화의 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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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경착륙 신호, 경제위기 촉발 위험
시장 정상화 위해 다주택자 집중규제 완화를
DSR 완화 등은 신중 접근, 투기 부활 막아야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얼마 전 기자가 된 제자를 만나 술 한잔 하며 회포를 풀었다. 제자의 넋두리인즉슨 주택가격이 계속 내린다는 얘기가 식상하니 다른 얘기를 기사로 가져오라는 데스크의 요구에 힘들단다. 그만큼 현재 진행 중인 가격 급락세의 강도와 지속성이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16일 시장 상황을 가장 예민하게 보여주는 국토교통부 공동주택 실거래가지수의 11월 확정치가 발표됐다. 공표된 수치는 데스크가 싫어하는 ‘심각한 급락세’였다.

수도권 아파트의 2021년 10월 고점 대비 누적 하락 폭은 무려 21%다. 이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직후 하락 폭인 15%를 훌쩍 넘어섰다. 강해지는 경착륙 신호에 불안하다. 다만 한 가지, 12월 잠정치를 보면 모두가 급락세를 이어가는 중에 서울 동남권(강남 4구)만 유일하게 미미한 상승으로 나타났다. 워낙 거래가 없어 통계적으로 신뢰하기 힘든 수치이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음 달 발표될 확정치가 궁금해진다.

코로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제로 금리에 가까운 금리 인하기의 자산가치 급등은 세계적인 추세였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10대 도시 주택가격은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저점인 2012년부터 8년여간 50% 이상 상승했지만, 2020년 이후부터 2022년 중반까지는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40% 이상 추가로 급등했다.

실거래가지수로 본 국내 주택가격도 공급 부족으로 인해 독주하던 서울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2020년 이전 8년여간 20%에 못 미치는 안정세를 유지했다. 장기적이고 전국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면 버블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초저금리 정책이 이어지자 전국적인 급등세가 발생했다. 특징적인 것은 초저금리와 문재인 정부의 계속된 규제 강화로 인한 풍선효과가 겹쳐 하위 주택시장 간에 비합리적인 가격 상승의 편차가 초래되었다는 점이다.

2020년 1월부터 2021년 10월 고점까지의 상승률이 서울은 43%인 반면 경기도는 64%에 달했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 4구인 동남권은 34% 상승했는데 노도강이 포함된 동북권은 53%가 상승했다. 대형 아파트는 28% 올랐는데 소형은 44% 올랐다. 결국 서울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니 경기도로, 강남 4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니 노도강으로, 대형 고가 아파트의 담보대출이 어려워지니 소형 저가 아파트로 전이된 풍선효과가 초저금리의 영향으로 증폭돼 하부시장의 급등세로 나타났다. 전월세상한제는 전세대출 확대로 촉발된 전세가 상승에 기름을 부어 갭투자를 통한 투기적 행태를 조장했다. 금리 인하에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시장 기제보다는 정부의 규제로 지역별로 왜곡된 급등 현상이 조장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에게 집중된 규제 강화는 결과적으로 자산 여력이 있어 투자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구매 수요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 결국 경쟁력이 보장되지 않는 하부시장의 가격이 급등했고, 이 왜곡된 신호에 반응해 자산 여력이 충분치 않아 가격 하락에 따른 리스크에 취약한 계층이 정책적 대출 지원에 기대 마지막 상투를 잡았다. 그 주류가 2030세대 영끌족이다.

워낙 묶어둔 규제들이 많아 아직도 시장 정상화의 길목에서 털어버릴 것들이 많다.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의 규제지역 해제, 종부세를 재산세로 흡수하는 과제,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나 취득세 중과 완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재건축 부담금 완화 등 정상화로 가는 길목에 늘어서 있는 과제가 적지 않다.

문제의 핵심은 주택시장의 불안한 상황이 금융시장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어떻게 차단하느냐는 것이다. 영끌족의 투매 현상 외에도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문제는 부채 돌려막기가 내재된 전세시장 신용 경색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분양시장의 붕괴도 뇌관이 될 수 있다. 이 모두가 결국 가격 하락의 강도와 지속성에 영향을 받기에, 거래를 활성화하고 가격 하락 폭을 줄일 처방이 필요하다.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발 빠른 시장 정상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무리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처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선택도 있다. 다주택자가 투자에 나서되 갭투자와 같은 단기 투자에 매몰되지 않고 임대소득세를 성실히 납부하는 안정적인 장기 임대사업자로 자리 잡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렇듯 규제 완화의 흐름 속에 또 다른 부작용을 촉발할 수 있는 선택을 잘 걸러내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주택시장#정상화#집중규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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