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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외로움을 느끼도록 진화한 이유[서광원의 자연과 삶]〈63〉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입력 2022-11-17 03:00업데이트 2022-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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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얼마 전,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 나타난 ‘시커먼 기름띠’를 보고 깜짝 놀란 사람이 많을 것이다. 좌초된 유조선에서 흘러나온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엄청난 정어리 떼였지만 말이다. 작은 녀석들이 ‘물 반, 고기 반’으로 몰려다니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었다.

우리야 처음 보는 장면이지만 이런 장면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곳도 있다. 아프리카 대륙 남단의 동쪽 바다가 그곳인데, 이곳의 ‘시커먼 기름띠’는 정말 크다. 폭과 길이가 수 km나 되니 수십억 마리가 넘을 것이다. 이들은 왜 이렇게 몰려다닐까?

생존에 이롭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 포식자를 만나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지만 모여 있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쳇말로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상태가 된다. 위험이 분산되는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거대하게 몰려다니면 상대에게 하나의 덩치처럼 여겨질 수도 있어 일석이조다.

찰스 다윈이 일찌감치 말했던 것처럼 생존은 사소한 이점만 있어도 그 경향을 강화한다. 효과가 있으면? 당연히 지속한다. 이런 과정이 오래되면 몸에 배어 본능이 되고 말이다. 이들 역시 이런 집단화가 본능이 되다 보니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가 되면 죽고 만다. 혼자는 위험하다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개미 역시 혼자 놔두면 시름시름 앓는 듯하다 죽는다.

사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니까. 우리 또한 모여서 협력하는 전략을 생존의 기본으로 삼아 온 까닭에, 혼자 있으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강력한 감정에 휘감긴다. 외로움이다. 진화는 쓸데없는 것을 버리는 것인데, 우리 안에는 왜 이런 게 지금까지 강하게 남아 있을까?

지금이야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수렵 채집 시절엔 필수불가결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진화심리학적으로 이런 뜻이다. ‘지금 무리에서 떨어져 매우 위험한 상태이니 빨리 돌아가라.’ 조선시대의 귀양을 비롯해, 전 세계 모든 문화에서 추방이 사형 다음의 형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왁자지껄하는 분위기는 물론이고 사람 소리가 적당히 나는 카페를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이태원에 그 많은 사람이 모인 것도, 아마 이런 오래된 마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인구 밀도는 어느 나라보다 높지만 개인화 추세로 관계 밀도가 가파르게 낮아지는 데다, 3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알게 모르게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대한 갈망을 키웠을 것이다. 더구나 어떤 모습으로 다녀도 괜찮은,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게 있다. 세상이 갈수록 파편화되면서 외로움이 생각지 못한 다양한 형태로 더 자주 찾아올 텐데, 이 오래된 마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말이다. 겪어 보면 알지만 외로움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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