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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삶의 다양한 선택지를 꿈꾸며[2030세상/배윤슬]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입력 2022-11-15 03:00업데이트 2022-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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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나는 지금 20년 넘게 호주 멜버른에 살고 있는 이모네 집 마당 그늘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여행을 오니 기후도 정반대, 자동차 핸들 위치도 정반대, 거기다가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들여다보게 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멋있는 자연 경관도 보고 도심도 구경하고 바쁘게도 다녀보고 쉬어보기도 하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할 때 행복한지 그리고 더 나아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되었다.

살아오면서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주변을 봐도 마찬가지였다. 학창시절에는 자기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학교에 가고, 그 후에는 가지고 있는 스펙으로 갈 수 있는 제일 좋은 회사에 간다. 성적이나 스펙이 좋지 않을수록 선택지는 좁아진다. 거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고민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나 역시도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때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에는 현실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버텨낼 수 있는 일을 골랐다.

내가 여행 중인 이 나라도 열심히 일해서 먹고살고, 아이들을 키우며 학교와 학원에 데려다 주고 오고, 또 시간이 날 때에는 공원에 놀러가거나 쇼핑을 하는 모습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지만 가장 크게 다르다고 느낀 부분은 바로 선택의 폭이다.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것들에서 선택의 폭이 훨씬 더 넓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가지고 가정을 꾸려가는 사촌언니와 오빠에게 들으니, 이곳은 여러 직업 간의 급여 차이가 크지 않고 직업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거의 없다고 했다. 내가 가진 스펙에서 돈을 가장 잘 버는 일 혹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을 골라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내게 맞는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정규직, 계약직, 주5일 근무와 주4일의 유연 근무 등 다양한 근로 형태 중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고 차별도 없다고 했다. 이전 직장에서 계약직으로 채용되어 정규직 직원들과의 차별을 뼈저리게 느끼며 정규직이 되기 위해 애쓰던 일이나, 현재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며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불안감에 떠는 내 상황과는 너무나도 달라 조금은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선택지가 넓어진다면 우리는 분명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할 것이다. 어떤 근로 형태를 추구하는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과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중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답에 대한 선택을 내릴 수 있다. 여행을 하며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은 했지만 결국 일상으로 돌아가면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위해 하루 종일 일하고 돈을 버는지 모르는 채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여유와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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