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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1차대전 종전 기념일[임용한의 전쟁사]〈238〉

임용한 역사학자
입력 2022-11-15 03:00업데이트 2022-11-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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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일이다. 우리가 아는 한 최대의 희생자를 낸 전쟁은 1차대전이다. 중폭격기도 핵폭탄도 없었지만, 전사자만 1000만 명이 넘는 대참사였다. 모든 전쟁이 참극이고, 억울한 죽음과 비극적인 사건을 안고 있지 않은 전쟁은 없다. 그러나 1차대전 중에 벌어진 참상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참전자들의 수기나 증언도 보통은 감정이 격해진 상태로 전달되기 마련인데, 1차대전의 기록들은 전쟁터의 상황이 너무 끔찍해서 언어로는 참상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하거나 감정을 억누르는 경향을 보인다.

중대가 전선에 배치되자마자 1주일 내내 포격이 작렬하고, 진흙땅에 판 참호가 견디지 못해 매몰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이런 경우, 몇 명이 그 참호에 묻혔는지도 모른 채 매장 처리해 버리기도 했다.

병사들은 물과 진흙이 범벅이 된 참호에서 먹고 자며 생활했다. 잠이 들면 쥐들이 다가와 코를 킁킁거리며 산 자와 죽은 자, 죽어가는 자의 냄새를 맡았다. 아직 살아 있어도 죽음이 가까웠다 싶으면 망설이지 않고 공격했다. 그런 환경에서 인간이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이다.

지휘관의 두뇌는 갑자기 발달한 병기의 파괴력을 따라가지 못했다. 병사들의 눈에 이 전쟁의 전술은 살인병기 앞으로 병사들을 밀어 넣고 피와 살로 땅을 덮어 가는 것뿐인 것처럼 보였다. 사실은 지휘관들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온갖 시도를 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엇박자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곤 했다.

1차대전 중에 벌어진 최대의 비극은 종전 처리이다. 승전국이고 패전국이고 전쟁 중에 벌어진 참상의 충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생존자들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기보다는 분노에 휩싸였고, 그 분노를 지배계급, 이웃 나라, 패전국에 돌렸다. 나라마다 정치적 혼란, 혁명이 발생했다. 패전국은 분노하고 파시즘이 성립하고, 다시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이것이 11월 11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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