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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바다의 용서[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64〉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2-09-17 03:00업데이트 2022-09-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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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용서하고 싶은 날 바다로 가자/누군가 용서하며 울고 싶은 날/바다로 가자

나는 바다에서 뭍으로 진화해 온/등 푸른 생선이었는지 몰라, 당신은/흰 살 고운 생선이었는지 몰라

바다는 언제나 우리의 눈물 받아/제 살에 푸르고 하얗게 섞어 주는 것이니

바다 앞에서 용서하지 못할 사람 없고/용서받지 못할 사랑은 없으니/바다가 모든 것 다 받아 주듯이 용서하자

마침내 용서하는 날은/바다가 혼자서 울 듯이 홀로 울자



―정일근(1958∼ )



태풍은 삶의 터전에 상처를 남겼고 명절은 누군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겼다. 오랜만에 보는 일가 피붙이가 모두 반갑기만 할 수 없다. 누군가는 밉고 누군가는 불편하다. 그런 사람 전혀 없고 헤어질 때 아쉽기만 했다면 복 받은 것이다.

갈 때는 선물을 들고 갔다가 올 때는 원망만 품고 왔다고 해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우리에게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남았다. 내 성의와 정성을 함부로 가져가 놓고 보상도 하지 않는 사람을 용서하기. 내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무시한 사람과 화해하기. 그런데 이것 참 쉽지 않다.

상처는 둘이 만나 생기지만 용서는 혼자 해야 하는 일이다. 상처는 우연히도 생기지만 용서는 필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힘들다. 힘드니까 시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시인은 용서를 하기 위해서 무려 바다의 힘을 빌려야 했다. 그는 바다 앞으로 가서 울면서 미움을 털어내고 있다. 내 것이면서도 갖고 싶지 않은 마음은 바다에 버리고 싶다.

용서는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다. 그건 처절한 것이며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렇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미움 속에서 그냥 문드러지기에는 삶이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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