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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가을 소리[이준식의 한시 한 수]〈178〉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09-16 03:00업데이트 2022-09-1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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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생각 간절한 이 가을밤, 찬 날씨에 산책하며 시 읊어보네.

빈산에 솔방울이 떨어질 이즈음, 은거하는 그대 역시 잠 못 이루시리.

(懷君屬秋夜, 散步詠凉天. 山空松子落, 幽人應未眠.)

―‘가을밤 친구 구단(邱丹)에게 보내다(추야기구원외·秋夜寄邱員外)’ 위응물(韋應物·약 737∼791)

도교에 심취해 신선술을 익히겠다고 산중 은거를 선택한 친구에게 담담하게 그리움을 실어 보낸 노래. 스산한 가을 기운 속에 친구를 그리며 산책에 나서자 절로 우러나는 나지막한 읊조림, 지금 이 시각 그대 역시 잠 못 이루고 있겠지. 인적 없는 산속의 적막을 깨는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대 역시 내 생각 하고 있을 테지. 친구에 대한 두터운 우애가 아니라면 섣불리 그려낼 상상이 아니다. 서로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의심하지 않기에 느낄 수 있는 자신감이자 텔레파시다. 시인이 이렇듯 은근히 안부를 전하는 건 친구가 누릴 산중 은거의 정밀(靜謐)과 고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되돌아온 친구의 대답 또한 담담하기는 마찬가지. ‘이슬이 오동잎에 맺히는 소리, 갈바람에 계수나무 꽃을 피운다. 이 속에서 신선술을 익히는 나, 피리 불며 산에 걸린 달을 완상한다네.’(구단, ‘위응물의 가을밤 시에 화답하여 보내다’) 절친끼리 주고받는 조곤조곤한 목소리에 가을의 맑음과 그윽함이 짙게 묻어난다. ‘빈산 솔방울 떨어지는 소리’와 ‘오동잎에 내리는 이슬 소리’, 바야흐로 두 사람이 함께 즐기고 있는 정겨운 가을 소리 때문에라도 더 그러하리라.

위응물의 시 가운데 산수 전원을 소재로 한 작품은 도연명의 질박함, 왕유의 담백미를 두루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시의 운치를 ‘심산에서 약초 캐다 샘물 마시며 바위에 앉았으니 너무나 편안해 집으로 돌아가는 걸 잊어버릴 정도’라 비유한 이도 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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