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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지금은 전문가 교육장관이 필요하다[광화문에서/박재명]

입력 2022-08-13 03:00업데이트 2022-08-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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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만 5세 취학연령 하향’ 논란으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물러났다. 취임 후 34일 만에 사퇴한 박 전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 1기 내각 구성원 중 첫 중도 사퇴자가 됐다.

이번 사안을 되짚어 보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자는 것이 그렇게도 ‘욕먹을’ 일이었을까.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취학연령을 1년 당기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왔다. 다만 그걸 서투르게 추진한 결과가 취임 한 달 된 교육 수장의 초단기 낙마 사태로 이어졌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처음 나왔다. 부처 출입을 해 본 기자들은 안다. 통상 대통령 업무보고는 앞으로 이런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집짓기로 따지면 ‘골조 공사’에 해당된다.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라도 대부분 구체성이 떨어져 중요한 기사로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번 교육부 업무보고 역시 발표 전날까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향성만 있었다. 그런데 발표 당일 박 전 부총리가 대통령 보고 전 사전 브리핑에서 “2025년부터 조기 입학을 시행하는 것이 정책 시나리오다. 1∼3월생을 먼저 입학시켜 정원의 25%씩 4년에 걸쳐 학제를 당기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조기 취학 시작 연도와 방식이 장관의 입에서 나오자 기사가 커졌다. 시도교육감들도 몰랐던 ‘깜깜이’ 정책에 반대 여론도 거세졌다. 뒤늦게 교육부가 “공론화를 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엎질러진 물이 됐다.

만약 박 전 부총리가 교육 정책의 민감성을 아는 장관이었다면 어땠을까. 지난 30년 동안 여러 반발에 부닥쳐 끝내 무산됐던 만 5세 취학을 그런 식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략적인 추진 방향만 밝힌 뒤, 여론 수렴 방안을 내놨을 것이다. 정책의 생리를 아는 관료 출신이었다면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그렇게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비전문가가 지나친 의욕을 가지고 첫 업무보고에 나선 게 가장 큰 화근이었다.

윤석열 정부 첫 교육부에는 ‘교육 전문가 수장’이 없다. 박 전 부총리는 행정학 전공 교수다. 장상윤 차관도 정책 조정이 주 업무인 국무조정실 출신, 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모두 ‘외인부대’다. 설령 교육부가 ‘내부 개혁’이 필요한, 변화가 필요한 부처라는 데 고위급 인사의 방점이 찍혀 있더라도 뭘 알아야 키를 쥐고 갈아치울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교육개혁을 3대 개혁 중 하나로 꼽았다. 이번에 장관 낙마를 부른 취학연령 하향은 사실상 다시 추진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굵직한 국정과제만 봐도 ‘대입제도 개편’, ‘대학규제 완화’,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유보통합)’ 등이 있다. 모두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못지않은 논란과 반발을 예고하는 것들이다.

이미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했다. 이번에야말로 개혁할 교육 과제를 이미 잘 아는 전문가를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교육장관으로 등용해야 한다. 또 비전문가 장관이 나와 업무 파악부터 시작한다면 개혁은 완전히 물 건너간 일이 될 것이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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