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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주호영 “설익은 정책 견제”… 이제껏 안 한 게 여당의 직무유기

입력 2022-08-11 00:00업데이트 2022-08-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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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이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비대위원장으로 5선의 주호영 의원이 임명됐다. 주 비대위원장이 다음 주까지 비대위원을 지명하고, 당 상임전국위원회의 동의 절차를 거치면 비대위가 공식 출범하게 된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석 달 만에 집권여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는 초유의 사태다.

주호영 비대위는 지금 여당의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생을 꼼꼼히 챙기면서 경제·안보 복합 위기를 헤쳐 나가야 할 여당이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하면서 민심은 싸늘해졌다.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준석 대표 측과 ‘윤핵관’ 그룹은 정부 출범 이후에도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한 권성동 원내대표 체제는 잦은 실책에 이어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 파문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무너져 내렸다.

주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설익거나 소통이 부족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외고 폐지’ 등의 민감한 정책을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설익은 상태로 내놨다가 호된 질책을 받은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집행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쳐선 안 된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수평적 관계로 나가야 한다. 여당이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비정상이자 직무유기이다.

주호영 비대위는 일단 닻을 올렸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비대위 출범으로 자동 해임된 이 대표는 법원에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비대위 실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 비대위 활동에 탄력이 붙기는 어려워질 것이다. 비대위 활동 시한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비대위는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시기 등 정치 일정도 확정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 비대위가 여당의 내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끌려 다니거나, 당내 정치에 매몰돼 민생에 소홀한 모습을 보인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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