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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착한 리더는 나쁜 리더인가[임용한의 전쟁사]〈223〉

임용한 역사학자
입력 2022-08-02 03:00업데이트 2022-08-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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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 전사를 읽어 보면 전투의 승패를 결정하는 원인으로 유독 지휘관의 리더십, 전술 역량의 비중이 높게 느껴진다. 스톤월 잭슨(남부 연합군 장군)의 경우를 제외하면 인상 깊은 전술적 움직임이 없는데도 그렇다. 남·북군이 같은 환경, 문화에서 자라고, 같은 사관학교 출신 밑에서 같은 장비로 싸워서 비교할 것이 지휘관의 개인적 역량뿐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남북전쟁에서 리더십의 중요성과 내용에 대해 아주 독특한 견해를 보여준 사람이 북아프리카 전쟁에서 독일군 에르빈 로멜 장군을 격파한 공으로 전쟁 영웅이 되었던 영국군 버나드 몽고메리 원수이다. 몽고메리의 견해는 이렇다. 남군 총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은 신사이자 인격자였다. 그는 부하들에게 큰소리를 친 적도 없고, 삿대질을 하며 권위적인 명령을 내리지도 않았다. 부하들의 실수는 웬만하면 눈감아 주었다. 이런 평가만 보아도 덕장 중의 덕장이다.

이런 리더십의 배경엔 남군 지휘부의 끈끈한 인맥이 있다. 리 장군이 속한 버지니아 군벌은 미군 최대의 지역파벌이었다. 전쟁 영웅을 무수히 배출해 냈으니 정실인사로 무능한 지휘관들을 등용해서 전쟁을 망쳤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연한 인정주의, 격려와 의리가 때로 사소한 명령 불복종이나 과도한 자율을 낳는데, 게티즈버그 전투와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 이런 것들이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되었다.

반면 북군의 경우 링컨은 군에 대한 정보나 인맥이 하나도 없었다. 북군 지휘부의 인맥은 남군과는 질이 달라서 무능한 관료형 장군들이 수뇌부를 차지했다. 덕분에 전쟁 중반까지 북군 사령부는 전쟁사에 길이 회자되는 멍청한 일화들을 생산한다.

링컨의 대응은 그럴 때마다 가차 없이 교체하는 것이었다. 과격한 시행착오 끝에 전쟁의 운명을 바꿀 지휘관을 발굴하게 되고 그것이 승리의 요인이 된다. 전쟁이 위험한 만큼 인재 등용에도 모험과 용기가 필요하다. 몽고메리는 이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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