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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황형준]진박논란 연상되는 檢계급론, 우스개로 받아들여선 안돼

입력 2022-07-04 03:00업데이트 2022-07-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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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사회부 차장
‘찐윤-친윤-범윤-비윤-반윤.’

최근 검찰 내부에선 검사들을 이렇게 서열화한 계급론이 화제다. 윤석열 대통령 검사 시절 같이 일한 측근이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핍박받아 좌천된 ‘훈장’이 있는 검사들은 ‘찐윤’이다. 좌천되진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같이 일했던 ‘윤석열 사단’에 포함되는 검사들이 ‘친윤’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과 근무지나 술자리에서 마주쳤던 정도의 친분이 있는 이들은 ‘범윤’을 자처한다.

이 같은 말이 나오는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 인사 때문이다. 검사 시절 측근 등 대통령과 공적·사적 인연으로 얽힌 인사들이 대통령실 참모와 정무직 공무원으로 대거 발탁된 것. 한 법조계 관계자는 “너도나도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우다 보니 이 정도면 검찰에도 ‘친윤’ ‘찐윤’ 감별사가 있어야 될 지경”이라고 혀를 찼다. 박근혜 정부의 ‘진박(眞朴) 감별사’ 논란에 비유한 것이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말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한 이후 당시 여당(새누리당)에선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따라 진박-중박(中朴)-망박(望朴)-비박(非朴) 등 계급론이 회자되며 논란이 됐다.

최근 마무리된 검찰 인사도 역시나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세 차례 단행한 검찰 인사를 보면 문재인 정부에서 좌천됐던 검사들은 어김없이 요직으로 영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출세 가도를 달렸던 검사들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유배지로 발령 났다.

주요 수사를 지휘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신봉수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은 대표적인 ‘찐윤’이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가 고검으로 좌천됐다. 이들과 함께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으로 일했던 엄희준 김영철 검사와 조국 수사팀에 있던 강백신 검사도 이번 인사에서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반부패수사1∼3부 부장을 나란히 맡았다.

법무부는 지난달 28일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하며 “실력과 함께 정의와 공정에 대한 의지를 갖고, 그간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묵묵히 소임을 다한 검사를 주요 부서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산 권력’을 수사하다 고초를 겪었던 검사들을 요직에 우선 배치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한편 검찰 내 주류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느낀 중간간부들은 이번 인사 결과를 보고 대거 사표를 냈다.

정권 교체 후 첫 인사인 만큼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했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사가 반복된다면 검찰 내 갈라치기와 반목을 조장했던 지난 정부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다. 검찰 지휘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 관계자들은 나도는 ‘검찰 계급론’을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풍자 속에 진실과 경고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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