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에도 지난달 7일 윤 대통령이 경남 양산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과격 시위에 대한 질문에 ‘법대로’를 외쳤을 때는 뜨악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시위를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당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설사 오보라고 해도 대통령실이 굳이 부인하지도 않겠거니 생각했다. 문 전 대통령 일가와 주민들이 겪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일종의 ‘착한 거짓말’로 쓰일 수 있겠다는 짐작에서였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대통령 참모들은 “(그런 발언은) 들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예 법에 따른 자유를 내세웠다.
양산 사저 앞 시위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분열상과 무관치 않다. 게다가 양산을 ‘우파의 노다지’라고 부르는 일부 극우단체나 정치 유튜버에 의해 이뤄지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논란의 본질이 아니라 상대 진영을 증오의 대상으로 만들어 그로부터 정치적, 물질적 이익을 얻는 왜곡된 정치 현상이 본질이라는 얘기다. 그렇기에 윤 대통령의 말은 ‘법적으로 막을 근거’에 그쳐선 안 됐다. ‘국민 통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로 한발 나아갔어야 했다. 그리하여 양산 사저 앞 욕설 시위는 물론 서울 서초구 윤 대통령 자택 앞에서 ‘맞불집회’를 하는 이들에게 정치적 부끄러움을 안겼어야 했다.
정치 지도자는 사회의 방향과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극복해야 할 ‘문재인’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의도적 눈감기’ 말이다. 문 전 대통령은 어떤 이슈를 두고 혼란과 갈등이 증폭된 경우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양 회피했다.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의 ‘안티테제(反)’로서가 아니라 이를 뛰어넘는 전혀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 정치가 필요한 순간, ‘법과 원칙’이라는 말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
홍수영 정치부 차장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