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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조은아 기자의 금퇴공부]아이의 FQ를 높여야 노후 리스크 줄인다

입력 2022-06-20 03:00업데이트 2022-06-20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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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을 만드는 곳이 ‘월트디즈니’란 회사야. 이 회사 장난감을 사는 것도 좋지만 주식을 사보는 건 어떨까?”

서울 강동구에 사는 40대 주부 A 씨는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월트디즈니 주식을 사주기 시작했다. 아이는 중학생이 됐으니 이미 ‘10년차 서학개미’다. 아이는 그간 월트디즈니 주가가 오르내리는 과정을 봤고, 그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을 깊이 있게 배웠다. 중학생 아이는 월트디즈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를 시작한단 뉴스가 나왔을 때 ‘엄마, 디즈니 주식 더 사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A 씨는 왜 일찍이 아이를 주식 고수로 키우게 됐을까. 그녀의 대답이 인상 깊었다. “부모도 노후가 중요하잖아요. 애들에게 물려줄 집이나 땅도 없는데, 스스로 돈을 벌고 관리하는 법이라도 잘 가르쳐 둬야죠.”

A 씨처럼 노후에 자녀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꿈꾼다면 아이의 ‘금융지수(Financial Quotient·FQ)’를 높여야 한다. 아이 스스로 투자에 관심을 갖고 투자 경험을 쌓도록 해주면 부모들이 노후에 아이들의 결혼 자금, 주택 자금에 발목 잡히지 않을 수 있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 끝에 자산을 빨리 형성해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 어릴 때부터 장기투자하면 수익률 높은 편

요즘 들어 미성년자인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 투자의 재미에 눈을 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장기투자를 하면 수익률이 안정적인 편이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초부터 올해 3월까지 미성년자 계좌 평균 주식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연 1.51%였다. 반면 같은 기간 30, 40대 수익률은 ―0.64%였다. 두 세대 모두 지난해 말까지는 높은 수익률을 내다가 올 초 증시 조정 과정에서 수익률이 줄었는데 미성년자들이 하락 폭을 방어하는 데 비교적 성공한 셈이다. 이는 미성년 계좌의 경우 장기투자 성격이 강해 회전율이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 교육 효과를 높이려면 단순히 투자에만 그치지 말고 투자에 대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 해당 종목 주가가 오를지, 언제 팔아서 수익을 실현할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아이돌을 좋아하면 그 아이돌의 소속사에 투자하며 ‘회사가 신인 아이돌을 데뷔시켰는데 히트를 칠까, 주가가 오를까’란 얘기를 나눠볼 수 있다.

아이에게 주식이나 펀드가 아닌 예·적금을 가입시켜 준다면 돈이 쌓이는 재미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대개 예·적금은 이자가 비교적 낮기 때문이다. 수익을 내기까진 너무나도 지루한 길이다. 이럴 땐 아이가 넣은 돈에 부모의 돈을 얹어 저축해주면 좋다. 돈이 쌓이는 게 아이 눈에 더 잘 보일 것이다.

○ 용돈 관리는 인생 관리 훈련

“아이들에게 ‘용돈 받고 싶은 사람’을 물으면 30명 중 10명 정도만 손을 들어요.”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맡고 있는 한 교사의 말이다. 그는 최근 이런 현상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은 ‘용돈이 귀찮다’고 말한다고 한다. 부모들이 필요한 물건을 알아서 사주니 굳이 용돈을 받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얘기다.

이런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자산을 야무지게 잘 모을 수 있을까. 아이들이 성인으로 살 시대는 저성장 장기화로 투자환경이 더욱 팍팍하기 쉽다.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돈을 모으는 경험을 알려줘야 한다.

용돈을 언제부터, 얼마씩 줄지는 각 가정의 여건에 맞게 정해야 할 것이다. 보통 초등학생 때는 주 단위로 용돈을 주는 경우가 많다. 중학생 때는 월 단위로 지급하는 부모가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1주일 주기로 주면서 점차 늘려 나가면 좋다. 용돈을 쓸 수 있는 사용처도 좁게 정한 뒤 슬슬 늘려 나가자.

○ 심부름은 현명한 소비 습관의 첫걸음

‘아이들에게 금융을 가르치자’고 하면 많은 학부모가 냉소할지도 모른다. ‘국영수 가르치기 바쁜데 수능에 나오지도 않는 무슨 금융 얘기냐’고 할 법하다.

하지만 투자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자산 격차가 확 벌어지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럴 땐 아이들이 아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습관을 배워야 한다. 아무리 국영수를 잘해 좋은 대학에 간들 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아이의 생계는 팍팍해진다. 부모로서 공부만, 일만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가 후회하진 않을까. 요즘 엄마들은 “애가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간다고 안심할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좋은 성적=명문대=좋은 직장=고소득.’ 이건 고성장기엔 맞는 말이었다. 이젠 명문대가 좋은 일자리도, 고소득도 보장해주질 않는다.

합리적인 소비를 배우는 교육은 심부름에서 시작된다. 아이에게 물건을 사오라고 시키면 아이는 어떤 물건이 더 저렴한지, 어떻게 사면 더 아낄 수 있는지 생각한다. 돈의 개념을 배우게 된다.

‘물건 사는 게 뭐 대단한 교육인가’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상외로 아이들의 소비 경험과 이해도는 매우 얕다. 중고교에서 5년간 금융교육을 담당한 전직 증권사 임원은 “마트에서 ‘1+1’로 파는 물건을 보면 아이들이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왜 굳이 두 개를 사야 해요’라고 묻는다”고 갑갑해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경제적 감각에 둔감하단 얘기다.

심부름은 아이의 시간 관리 능력을 키워준다. 아이들은 준비물을 살 시간을 확보하면서 남은 시간에 숙제, 학원 수업 등을 효과적으로 배분한다. 시간 관리 능력이야말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갖춰야 할 자질이다.

아이들은 심부름을 통해 소비는 물론이고 생산 활동도 체험할 수 있다. 일종의 ‘홈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고 그 소중함도 깨닫는다. 아이가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할 때 부모가 돈을 줄 수도 있다. 매일 5000보 이상 3일을 걸으면 1만 원, 7일을 걸으면 5만 원이란 식으로 말이다. 아이는 건강해지면서 돈 버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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