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와 복종은 전쟁에서도 늘 갈등을 일으킨다. 상급 부대의 부당한 명령, 잘못된 지시에 맹종해야 하는가? 오전까지는 올바른 지시였지만 순식간에 잘못된 지시로 바뀌는 경우도 전쟁터에서는 허다하다. 제1차 세계대전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솜 전투 때 한 영국군 중대는 전방의 독일군 고지가 비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침 독일군이 교대하느라 철수한 틈에 전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국군 중대장의 목표는 다른 곳이었고, 그 고지 공격을 담당한 중대는 진격 중에 와해되고 말았다. 이런 경우 지시대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현장 지휘관의 재량으로 목표를 변경해야 하는가?
임무형 전술을 발전시킨 독일군은 “우리라면 당장 고지로 갔다”고 말한다. 반론도 있다. 그 임무형 전술 덕분에 실패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어떤 이는 독일군이 항상 처음에는 기발하고 대담하지만 꼭 결정적인 순간에 방향감각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것이 전통이고,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임무형 전술도 본질은 절대가치에 대한 복종이다. 그 본질은 리더의 책임감이다. 전장의 상황은 급변하고 어떤 지시도 돌발 상황을 다 커버하지 못한다. 이때 지시와 매뉴얼에 숨지 말고 리더의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 본질이다. 그래서 나는 임무형 전술을 좋아한다. 권한은 크고 책임은 지지 않는 리더, 대중의 감성에 편승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리더를 그만 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