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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스펙으로 세상을 보지 마라[임용한의 전쟁사]〈211〉

임용한 역사학자
입력 2022-05-10 03:00업데이트 2022-05-10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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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됐다. 러시아가 종전을 선언한다는 첩보도 있었고, 반대로 전면전을 선포한다는 엄포도 있었다. 듣다 보면 우습기도 하다.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서 종전이 될 상황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전승전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뚜렷한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이 전쟁으로 전 세계에 고통과 공포가 확산되다 보니 우크라이나가 적당히 양보하면 안 되겠나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헤르손-크림-돈바스 회랑은 지금 러시아군이 확실히 장악한 상황도 아니고, 전쟁을 그칠 방안도 아니다. 러시아군이 2, 3년 후 이번에 획득한 영토를 기반으로 다시 침공한다면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진짜 바람 앞의 등불이 된다.

전면전 선포도 별 의미가 없다. 동원령을 내린다고 해도 러시아군의 능력이 6개월 이내에 환골탈태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경제 제재는 생각처럼 즉각적인 효과는 없다. 러시아의 독특한 경제와 국민성을 감안할 때 적어도 빵과 연료는 있으니 옛 소련 시대를 각오한다면 더 오래 아주 오래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상태로 국방력 강화는 요원하다.

러시아는 이미 현명하고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그래서 더 끝을 알 수 없다. 분명한 교훈은 하나뿐이다. 이 전쟁 전에 러시아군은 공포의 군대였다. 냉전시대의 편견으로 러시아군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평가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다.

현대의 러시아군은 독소전쟁 때와 또 달라서 엄청난 양과 성능의 무기를 보유한 일급의 군사국가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실전을 보니 엉성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군사력에서 병력과 무기는 중요한 척도이다. 우리가 흔히 듣는 세계 군사력 순위도 이런 스펙이 작용한다. 그러나 순위보다 중요한 것이 능력이다. 순위가 능력을 말해주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이 전쟁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이것이 아닐까?

임용한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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