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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컬래버레이션의 진화[패션 캔버스/박세진]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번역가
입력 2022-01-12 03:00업데이트 2022-01-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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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번역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새로운 협업 소식이 여럿 들려온다. 프라다와 아디다스가 함께 새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고 노스페이스는 아티스트 카우스와 컬래버레이션 소식을 알렸다. 구찌에서는 슈퍼 플라스틱과의 메타버스 컬래버레이션 소식이 나왔고, 로에베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협업 제품을 내놓는다. 노스페이스와 구찌의 컬래버레이션도 두 번째 컬렉션이 나왔다.

영역이 다른 패션 브랜드 간 협업이나 고급 브랜드 디자이너와 저가 패스트 패션의 컬래버레이션이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아티스트, 애니메이션, 아웃도어, 가상 세계 등 종목도, 범위도 다양하다. 점점 더 예상하기 힘든 조합의 협업이 등장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이 이미 너무 많지 않나 싶은데도 계속 느는 이유가 뭘까. 사실 고급 패션은 보통 장인의 솜씨나 비싼 소재가 중요한 덕목이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세대가 패션을 이끌어 가기 시작하면서 편안함과 실용성이 중요해졌고 스니커즈나 후드 같은 대량 생산 공산품이 고급 패션에서도 주류가 되고 있다. 컬래버레이션은 이런 제품에 유니크함과 희소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또 예전에는 직위나 성별, 상황, 연령에 따라 정형화된 패션의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세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이런 전형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신선함과 새로움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 기존 경계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가던 패션 브랜드들은 희미해진 경계선 사이를 협업을 통해 넘나들며 영역을 확장한다.

그렇다면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소비자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재미다. 명품 가죽 가방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는 귀여운 캐릭터 같은 서로 상반된 이미지의 간극은 허를 찌르는 즐거움을 만든다. 또한 희소성, 스토리, 팬덤의 형성 등 외부 요인이 중요해진 지금의 패션 시장에서 이런 협업은 패션이 주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또 컬래버레이션은 저가, 고가, 중고옷을 넘나들며 소비자가 직접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믹스 앤드 매치를 보충한다. 품을 들여 찾아내던 의외성과 신선함을 패션 브랜드들이 미리 상품화해 놓은 덕분에 우리는 상상의 범위를 넓히고 패션 모험에 나설 수 있다.

협업은 이렇게 새로운 세상에 대응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 결국 사회가 다시 이전 세대로 회귀하거나 브랜드가 영역을 넓힐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지 않는 한 패션계의 컬래버레이션은 한동안 이어질 듯하다. 단순히 옷을 입는 것뿐 아니라 신선하고 근사한 협업 컬렉션을 기대하는 과정 또한 패션이 주는 확장된 즐거움이다.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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