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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아이가 말대꾸를 할 때[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2-01-12 03:00업데이트 2022-01-1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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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대들더라도 말은 하는 게 낫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아이가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면, 참다 참다 화가 치민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이가 말대꾸를 할 때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이 있다. ‘인간은 말을 안 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언어라는 어마어마한 도구로 엄청난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 말을 안 하면 나도 남도 이해할 수 없다. 말로 표현하고 소통하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해 왔다. 말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말은 하도록 격려되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아이의 말대꾸가 싫을까? 부모는 자식을 나쁘게 대하려고 하진 않는다. 늘 잘해 주려고 한다. 어떤 문제 상황에서는 부모가 아이보다 올바른 길을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지시나 말이 올바른 것이라고 여긴다. 자기 말대로 하는 것이 훨씬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아이에게 그냥 내 말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중간에 어떤 설명을 해도 결과는 안 바뀐다. 그 설명의 의도가 나와는 달라도,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하고 이렇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결과가 나오니,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설득되지 않아’라는 모드이다.

여기에는 ‘꿇으라면 꿇어!’라는 복종의 의미가 깔려 있다. 아이가 말대꾸를 많이 하면 부모들은 “우리 애는 도통 통제가 안 돼요”라고들 한다. 적당한 통제는 필요하지만 빨리 통제하고 싶은 마음에 강압하고 복종시키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다음부터는 아이의 말대꾸에 부모는 ‘감히 나에게 대들어? 나를 공격해? 나도 가만히 안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극한 감정 대립을 하게 된다. 어느 순간 아이를 향해서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고 있다. 결국에는 조그만 아이와 엄청 큰 어른이 싸우고 있는 꼴이 된다.

요즘 부모들은 어떤 결정을 할 때 종종 “네 생각은 어떠니? 네 생각을 말해 봐”라고 아이 생각을 묻곤 한다. 옛날 부모에 비해서 나아진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막상 물어봐 놓고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답을 하면 화를 낸다. 이럴 때 아이는 말을 하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헷갈린다. 어떻게 보면 어떤 지시를 내리거나 결정을 할 때, 부모가 바라는 말은 오직 “네, 알았어요”, “잘못했어요”, “그렇게 할게요”뿐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질문을 할 때 이미 바라는 답이 있다는 것은 매우 통제적인 상황이다. 아이의 말대꾸를 대할 때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이가 말을 하고 살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말하는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아이의 태도가 마치 대드는 것 같아도 끝까지 들어 줘야 한다. 중간에 끼어들어 아이의 말을 끊고, 그 내용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말은 하고 살아야 하고, 말은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아이가 입을 닫아 버리면 그다음부터는 가르칠 수가 없다. 거친 말이라도 내뱉어야 가르칠 것이 생긴다. 문제에 도달할 채널이 생긴다. 부부 싸움을 할 때도 그렇다. 상대가 말을 해야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하면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한 사람이 말을 안 해버리면, 이것처럼 답답한 것도 없다. 우리 부모들은 “말해 봐. 말해 봐”라고 해 놓고 “아빠가 해준 게 뭐가 있냐고!”라고 하면 “이 자식이 어디서 그런 말을 해!” 하면서 화를 낸다.

그런데 바꾸어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회사에서 대표가 “불만 있으면 얘기해 봐. 다 들어줄게”라고 했다. 그래서 누군가 “회사가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라고 했더니, 말을 꺼내자마자 대표가 “이것들이 제정신이야? 지금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데, 회사에서 이딴 소리를 해?”라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는가? 의견을 말하라고 해 놓고 자기 귀에 거슬린다고 화를 내면, 다음부터는 아예 말을 꺼내기조차 싫어질 것이다. 반대로 일단 들어본 후 “내가 들어보니 그 말에 일리가 있네. 이것은 회사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것은 자네들이 오해하고 있는 면도 있는 것 같군. 이런 각도로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라고 얘기해주면, 순조롭게 대화가 진행될 것이다.

부부 상담을 하다 보면, 미안하다고 느끼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면 갈등이 깊어진다. 이런 사람들은 “미안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하면 “그걸 내가 꼭 말로 해야 해?” 하면서 오히려 화를 낸다. 당연히 말로 해야 한다. 말로 안 하면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말은 어떤 말이든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말이 늦어도 언어치료를 시키는 판국인데, 말을 할 줄 아는데 못 하게 하다니 이것은 ‘응급’이다. 아이가 대들 때, 이렇게 생각하면 훨씬 화가 덜할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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