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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노력은 배신하기도 한다[2030세상/배윤슬]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입력 2022-01-11 03:00업데이트 2022-0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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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그러니 늘 성실해야 한다’고 배우며 살아왔다. 그 가르침을 몸소 느끼기도 했다. 학창시절 성실하게 공부했고,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결과를 얻었으니 말이다. 노력으로 얻어낸 성취는 계속해서 노력하며 살아가도록 하는 동기가 됐다. 머리가 뛰어나게 좋아 적은 노력으로 금방 성과를 내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내가 가진 성실함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믿음으로 대학에 다니면서도 다양한 교내외 활동에 참여했고, 좋은 학점도 유지했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조금씩 적금을 들어 작게나마 돈도 모았다. 특별한 재능이 없었기에 ‘성실’은 내가 가진 유일한 강점이었다. 그리고 계속 이렇게 살아가면 큰 성공은 이루지 못해도 소소하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은 일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나를 길러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일찌감치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분은 방 두 개짜리 작은 아파트에서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셨다. 1층에 사시는 덕에 작은 꽃밭을 정성 들여 가꾸며 사이좋게 지내는 두 분의 모습이 어린 내게도 참 좋아보였다. 비싼 옷, 비싼 음식이 아니더라도 분수에 맞는 삶을 살며 누리는 행복을 알게 해주셨다. 그리고 나도 성실하게만 살다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나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나를 배신했다.

나는 대학 졸업 직전에 취업해 지금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다. 크게 사치하지 않고 착실하게 살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본업 외에 다른 일을 병행하며 부수적인 수입을 만들고 있고, 가능한 만큼 적금을 넣은 뒤 아주 소액으로 투자에 도전하며 열심히 돈을 모으는 중이다.

인터넷에서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나 투자로 대박 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와도, ‘그들은 특별한 상황이니 인터넷에까지 이야기가 퍼졌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그들이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함께 일하기 시작한 동료는 나와 동갑이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소액을 투자해 단기간에 큰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전셋집까지 마련해 신혼살림을 꾸렸다고 한다. 액수를 들어보니 내가 취업한 이래 수년 동안 모은 돈의 서너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투자도 노력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성공을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내 노력과 성실함이 점점 의미를 잃어간다는 걸 말하고 싶다. 성실함만으로는 소박한 행복조차 얻기 어려워졌다. 이것은 단순히 아무리 노력해도 내 집 마련이 어렵다는 불평이 아니라, 꾸준함과 착실함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사라졌다는 허무함에 가깝다.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성실함을 강점으로 내세우던 나는 이제 더 이상 내세울 것이 없어졌고 30년 동안 몸에 익힌 가치관은 무너지고 말았다. 내 노력은 갈 곳을 잃었다. 무엇을 위해 노력을 해야 할까. 아니 과연 노력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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