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세계 최강과 겨뤄보니, 수영 세계新 자신감도 생겨”

양종구 논설위원 입력 2021-10-20 03:00수정 2021-10-2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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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영의 희망’ 황선우
황선우가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다짐하며 ‘엄지 척’을 했다. 수영 5관왕으로 제102회 전국체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황선우는 “도쿄 올림픽에서 느낀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 충분히 목표(세계 제패 및 세계기록 경신)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아래 사진은 황선우가 전국체전 때 출발하는 모습. 김천=양종구 논설위원·대한체육회 제공


양종구 논설위원
《“어떤 상황에서도 쫄지 않는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의 스타로 떠오른 황선우(18·서울체고)를 지켜본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타고난 강심장이란 평가다. 서울체중 2학년 때부터 5년째 그를 지켜본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52)은 “자신은 긴장을 한다고 하는데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나치게 긴장하면 오히려 경기력에 악영향을 주는데 황선우는 늘 기대 이상의 성적과 기록을 내는 것으로 봐 적당히 긴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선우는 이런 특유의 배짱을 앞세워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에 새 꿈을 심어 줬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박태환(32)이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부정출발로 실격당한 반면 황선우는 첫 무대부터 당당하게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했다. 황선우는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00m까지 49초78로 주파해 세계기록(50초12)보다 앞섰다. 결국 1분45초26으로 7위에 그쳤지만 150m까지 1위로 달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100m 준결선에서는 47초56으로 아시아 기록(종전 중국 닝쩌타오 47초65)을 7년 만에 갈아 치웠다. 1956 멜버른 올림픽 다니 아쓰시(일본) 이후 65년 만에 올림픽 자유형 100m 결선에 오른 아시아 선수가 됐다. 100m 결선에서는 47초82로 5위를 했지만 금메달을 딴 케일럽 드레슬(25·미국)로부터 “18세 때의 나보다 빠른 선수”라는 극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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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막을 내린 제102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수영 5관왕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황선우를 경북 김천과 구미에서 만났다. 그의 마음은 벌써 3년 뒤의 2024 파리 올림픽에 가 있었다. “파리의 에펠탑을 빨리 보고 싶다”고 했다.

성장 중… 근력 키우면 세계 정상

황선우는 “올림픽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출발한 뒤 15m 만에 드레슬에게 허리 이상 뒤졌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 다시 영법으로 따라잡았는데 50m에서 턴한 뒤 다시 밀렸다. 결국 출발 및 턴 이후 돌핀킥을 보완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황선우는 성장 중이라 웨이트트레이닝을 체계적으로 시키지 않았다. 당연히 파워 넘치는 선수들에게 돌핀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자유형 100m 선수들은 모두 근육질 체형이다. 자유형은 출발한 뒤 15m 정도를 물속에서 돌핀킥을 하는데 파워가 부족하면 치고 나가기 힘들다. 흐름상 바로 물 위로 나와 팔 스트로크를 하면 오히려 더 뒤처진다. 황선우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파워를 보완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감독은 “100m에서 드레슬에게 스타트와 턴에서 뒤졌지만 영법으로 다시 따라잡는 것을 보고 충분히 세계기록 경신도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현 남자 자유형 100m 세계기록은 2009년 브라질의 세자르 시엘루 필류가 기록한 46초91이다. 황선우의 기록(47초56)과 불과 0.65초 차다.

황선우는 “제가 세계기록을 깬다고 장담하기엔 솔직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했고 잘 보완하면 제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얻었다”고 말했다.

물에선 따라올 자 없는 ‘신동’

황선우가 제102회 전국체육대회 수영에서 레이스를 마친 뒤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황선우는 수영에 특화된 천재다. 요즘 한 TV 프로그램에서 ‘축구 선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박태환은 전형적인 만능 스포츠인이다. 다른 운동을 했더라도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하지만 황선우는 다르다. 전동현 서울체고 코치(46)는 “선우는 수영 외에 잘하는 운동이 거의 없다”고 했다. 서울체고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심폐기능 향상을 위해 오래달리기 훈련을 시킨다. 남자 선수들은 400m 육상 트랙 10바퀴를 바퀴당 2분 페이스로 달려야 한다. 황선우는 단 한 번도 제 시간에 들어온 적이 없다. 심지어 2분30초 페이스로 달리는 여자 선수들에게도 뒤진다. 최근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에서 오래달리기 훈련을 하다 5바퀴 돌고 과호흡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물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기량을 뽐낸다. 황선우는 수영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훈련도 즐기고 다른 선수들의 영상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분석하고 어떻게 자신의 영법에 적용할지를 고민하는 게 취미다. 황선우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엇박자 영법’도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황선우는 오른쪽으로 숨을 쉰 다음 오른팔을 앞으로 더 길게 밀어 넣어 물을 세게 당겨 추진력을 얻는 엇박자 영법의 리듬을 유지하며 팔 젓기를 빠르게 한다. 리듬이 깨지지 않고 팔 스트로크를 빠르게 하는 황선우만의 기술이다. 리듬 없이 무작정 팔만 빨리 회전시킬 경우 오히려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 황선우가 지도자들과 협의해 계속 새로운 시도를 했고 기록이 단축되다 보니 자신만의 영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황선우는 “수영에만 전념하기 위해서 실업팀에 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내년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그리고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그는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게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병행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란 판단을 했다”고 했다.

부모님들의 반대는 없었을까. 황선우는 “부모님들은 제 선택을 언제나 믿고 따라 주신다”고 했다. 지금까지 수영 선수를 하면서 중요한 판단을 할 때 부모님은 언제나 황선우의 선택을 지지했다. 수영을 즐기는 부모님을 여섯 살 때부터 따라다니며 수영을 배운 황선우는 수원 매현중 2학년 때 서울체중으로 전학했다. 국제규격인 50m 수영장이 있는 곳에서 체계적으로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결국 한국 대표 수영 선수로 성장했다.

황선우가 제102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최우수선수상(MVP) 트로피와 상금을 받은 뒤 두 팔을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미완의 천재’ 수영계가 키워야

황선우는 이번 전국체육대회에서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늘 웃는 게 트레이드마크가 돼 ‘미스터 스마일’로 불렸다. 지도자 동료 선수들과 대화할 때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알아보고 사진을 같이 찍자고 해도 늘 활짝 웃으며 다 찍어 줬다. 매사에 긍정적이다. 늘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지도자들은 황선우가 큰 무대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는 강심장인 이유도 이런 긍정적인 성격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지도자들은 황선우를 미완의 천재로 보고 있다.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얘기다. 이 감독은 “황선우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도 잘할 선수다. 다만 지나치게 성적과 기록에 집착하면서 훈련시키다 보면 황선우의 천재성을 망칠 수 있다. 천재성을 드러낼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선우에게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황선우를 한국 수영계가 잘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선우는 21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국제수영연맹(FINA) 쇼트코스 경영월드컵에 출전한다. 황선우의 세계 정상 도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황선우
△ 생년월일=2003년 5월 21일 생
△ 신체조건=186cm, 72kg
△ 소속=서울체고
(매니지먼트 올댓스포츠)
△ 한국기록
자유형 100m=47초56(※아시아 기록)
자유형 200m=1분44초62
개인혼영 200m=1분58초04
혼계영 400m=3분35초26
계영 800m=7분11초45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한국 수영의 희망#황선우#타고난 강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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