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진 기자의 국방이야기]서욱 체제 1년, ‘전작권 전환 무산’ 대처 묘안 있나

신규진 기자 입력 2021-08-03 03:00수정 2021-08-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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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8일 청와대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에게 임명장을 준 뒤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규진 기자
지난해 8월 28일 오후 3시 반. 청와대가 서욱 당시 육군참모총장(육사 41기)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자 군 내부가 술렁였다. 인사 직전까지 문재인 정부의 ‘육사 배제’ 기조 속에 이순진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3사 14기)이 새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됐기 때문. 현 정부 들어 첫 육사 출신 장관 후보자 지명은 분명 ‘깜짝 인사’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명 당일 “한미동맹에 기반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이 이번 인사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도 서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국방 분야 주요 추진과제로 ‘전작권 전환’을 콕 집어 강조했다. 한미연합사령부를 거쳐 합참 작전본부장까지 역임한 그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달성할 적임자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취임 첫날 전작권 전환이 “시대적 요구”라며 야심 찬 포부를 밝힌 서 장관이 다음 달로 취임 1년을 맞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전작권 전환 논의에서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는 말들이 많다. 지난해 9월 북한의 우리 국민 피격 사건을 시작으로 청해부대 34진 집단감염 사태까지 대형 사건들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서 장관이 장기를 발휘할 것이라 여겼던 전작권 전환 논의마저 감감무소식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한미가 당초 이달 둘째 주부터 규모를 축소해 실시하기로 잠정 협의한 연합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미래연합사령부의 운용능력 2단계 검증(FOC·완전운용능력) 평가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전작권 검증보다 현재의 연합대비태세 점검에 주력하자는 미군의 반대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FOC 예행연습만이라도 실시하자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반기, 올해 상반기 연합훈련에 이어 예행연습만 벌써 세 번째 하게 되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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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FOC 검증을 하면 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가 나오고, 마지막 단계인 3단계 검증(FMC·완전임무수행능력) 평가를 목표 연도 1년 전에 실시하기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아직 한국이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하는 미국 측이 2단계 검증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전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예행연습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전작권을 둘러싼 한미 간 ‘동상이몽’에 대해 일부 군 관계자들은 “미국이 몽니를 부린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작권 전환 논의는 2019년 하반기 연합훈련 직후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당시 한미 당국의 전작권 전환 1단계 검증(IOC·기본운용능력) 평가에서 우리 군은 평가 목록의 90% 이상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측의 소극적인 기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됐다. 급기야 지난해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 측은 FOC 검증 평가가 올해에도 어려울 거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 동력 확보를 위해 군은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에 기대를 걸었으나 안타깝게도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미 측 입장은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 3월 한미 국방장관 회담 전 미 측이 우리 군에 전달한 5개 동맹 의제 중 전작권 전환은 가장 후순위였다. 이를 두고 군 내부에선 “미국이 전작권에 무관심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게다가 현재 미 측은 미래연합사 운용능력 검증을 포함한 전작권 전환의 핵심 조건들이 2028년에야 완비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게 될 미래연합사가 지금의 한미연합사와 대등한 수준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추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

지난달 퇴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도 줄곧 한국군의 지휘 및 정보자산운용 능력 확보에 시간이 더 많이 걸리지 않겠냐는 입장을 합참 등에 피력해 왔다고 한다. 우리 군 역량이 미 측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차기 정부에서도 전작권 전환이 힘들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군 내부에선 어려워진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위해 군 당국만 고군분투한다는 불만이 상당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황 속에서 임기 말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는 이유로 정부 차원에서 전작권 검증을 할 만한 훈련 여건 조성에 힘써주지 않았다는 것. 이 때문에 군 일각에선 전작권 전환 자체가 “정치적 결단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는 문제”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제라도 전작권 전환에 소극적인 미국의 태도를 냉철하게 분석해 차선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매번 연합훈련 때마다 미국에 FOC 예행연습만 하자고 요구할 순 없지 않겠는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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