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중현]이재명과 이명박의 ‘정치 효능감‘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07-22 03:00수정 2021-07-2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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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장 성과 발판으로 대선 도전
‘현금 효능감’ 후유증은 어쩔 건가
박중현 논설위원
“청계천이 자연하천이면 복개를 했을 것이고, 시청 앞이 광장이면 없애고 도로를 넓혔을 사람이죠.” 이명박(MB) 전 서울시장이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쟁을 벌이던 2007년 재정경제부의 한 고위관료는 MB를 이렇게 평했다.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뭐든 했을 사람’이란 뜻이다. 서울시장 MB는 마음먹은 일은 어떻게든 밀어붙이는 추진력 때문에 말도, 탈도 많았지만 눈에 확 띄는 결과물을 만들어내 “일할 줄 아는 시장”으로 평가받았다. 요즘 표현으로 ‘정치 효능감’ 갑(甲)이었던 것이다. 이 성과를 발판으로 MB는 대통령이 됐다.

역시 효능감을 앞세워 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인물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대선 출마 선언문에서 이 지사는 “정치적 후광, 조직, 돈, 연고 아무것도 없는 저를 응원하는 것은 성남시와 경기도를 이끌며 만들어낸 작은 성과와 효능감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자기에게 투표한 성남시민, 경기도민 중에 ‘뽑길 잘했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와 MB는 이미지가 많이 겹친다. 어려운 집 7남매 중 다섯째인 MB는 야간 상고를 졸업하고 시장의 청소부로 일하며 고려대 경영학과를 다녔다. 똑같이 가난한 집 7남매 중 다섯째인 이 지사는 청소년기에 소년공으로 일했고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대를 졸업했다. MB가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월급쟁이 신화라면 이 지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일하다가 경기지사가 된 성공한 정치인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효능감(sense of self-efficacy)’이 높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자기 효능감이 강한 사람은 똑같이 어려운 과제를 만나도 남보다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세출 조정 등으로 (기본소득에 필요한) 50조 원을 만드는 건 무협지 수준 이야기”라는 박용진 의원의 비판을 “(박 의원) 본인은 못 해도 저는 할 수 있다”고 받아치는 모습에서 이 지사의 자기 효능감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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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에게 정책 효과를 체감하게 만드는 능력은 정치인에게 강점이다. 하지만 효능감이 높다고 꼭 좋은 정책은 아니다. MB의 청계천 복원은 당시 ‘인공하천’이란 혹평을 받았다. 시청 앞 잔디광장에도 교통 혼잡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는다. 대통령 MB의 뉴타운 정책, 보금자리주택은 건설업체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서울 아파트 값을 끌어내렸다. 지금도 공격이 이어지는 4대강 사업은 최소한 홍수 피해를 크게 줄였고, 주변 농민들이 현 정부의 보 해체에 반발할 정도로 효능감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이 지사의 정책 효능감은 주로 현금복지에서 비롯됐다. 청년, 농민에 이어 예술인에게까지 분기마다 나눠준다는 경기도 기본소득이 대표적이다. 작년 총선 직전 여당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드라이브를 건 것도 이 지사였고 기본소득을 이젠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효능감을 ‘즉각’ 높인다는 점에선 현금 살포를 넘어설 정책은 없다. 이로 인해 나랏빚이 급증하고, 미래세대 세금 부담이 커지는 데 대해 이 지사가 걱정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수입과 지출을 맞추고 장기적으로 득 되는 일에만 투자하는 기업인 출신과 재정자립도 최상위권 성남시, 경기도 지자체장 출신이란 차이일 수 있다. 이 지사는 최근 2차 추경을 통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기획재정부가 반대하자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날치기를 해줘야 한다”고 했다. 하긴 이런 생각을 갖고 거대 여당의 지원을 받는 대통령이 된다면 나라의 미래야 어찌 되건 국민의 효능감 높이는 데 쓸 돈은 얼마든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이재명#이명박#정치 효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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