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기관차가 된 조조[임용한의 전쟁사]〈166〉

임용한 역사학자 입력 2021-06-15 03:00수정 2021-06-15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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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최고의 악역은 동탁이다. 낙양을 점거한 동탁은 강족을 포함한 유목기병을 풀어 궁궐, 낙양의 부호, 수도 인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약탈을 일삼는다. 참다못한 사도 왕윤은 동탁 제거 음모를 꾸미는데, 이때 동탁의 신임을 받던 교위 조조가 등장한다. 조조는 왕윤에게서 보검인 칠성검을 빌려 동탁의 침소로 들어갔다. 낮잠을 자는 동탁을 찌르려고 했지만, 동탁이 잠이 깨는 바람에 실패한다. 조조는 보검을 동탁에게 바치러 왔다고 둘러대서 위기를 모면하고는 바로 낙양을 탈출한다.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명장면이다. 당연히 사실은 아니다. 조조가 변장하고 낙양을 탈출한 것은 사실인데, 여기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조조는 전국에 만연한 동탁 정권에 대한 반감을 감지했던 것 같다. 곧 반란이 일어나면 이미 반군벌화한 지방 태수들이 주역이 될 것이다. 원소를 비롯한 미래의 라이벌들은 이미 태수로 포진하고 있었다. 반면 조조는 낙양에서 빈둥거리고 있다. 반란의 열차는 곧 출발할 텐데, 조조는 열차에 승선할 자격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럴 때 자신의 비운을 한탄한다. 조조는 달랐다. 자신의 일족이 있는 도시로 달려가 군사를 모았다. 간신히 겨우 군현 하나를 장악할 병력을 모았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전국에서 태수들이 호응했다. 열차에 승선하지 못했던 조조는 자신이 기관차가 되었고, 우리가 알다시피 삼국시대를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조조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많이 했지만, 결단과 행동으로 옮기는 부분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빨랐다. 때로는 너무 성급해서 위기도 맞았지만, 그럴 때면 후회하는 대신 더 빠른 행동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손실을 극복하곤 했다.

필자도 지난 삶을 돌이켜 보면 지나가는 열차를 보면서 “저 열차에 내 자리가 없구나”라고 슬퍼했던 적이 많은 것 같다. 기다리기만 했다면 언젠가 열차가 내 앞에 섰을까? 아마 아직도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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