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 달간 미적대다 등 떠밀려 권익위 조사 의뢰한 국민의힘

동아일보 입력 2021-06-11 00:00수정 2021-06-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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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강민국 원내대변인(오른쪽), 전주혜 원내대변인이 9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 국민의힘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하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국민의힘이 어제 국민권익위원회에 소속 의원 102명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국민의힘의 조사 의뢰를 받은 감사원이 하루 만에 ‘불가’ 회신을 보내자 권익위로 방향을 튼 것이다. 감사원은 앞서 언론을 통해 난색을 표했다. 실제로 감사원법상 국회의원은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당사자가 원한다고 ‘직무 범위 밖’ 일을 할 수는 없다. 3권 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 국민의힘은 감사원 측의 불가 기류를 사전에 파악하고도 조사를 요청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이 당 안팎의 ‘시간 끌기 편법’ 비판을 들은 건 자초한 측면이 크다. LH 사건이 터진 뒤 집권세력에 대한 민심이 급속히 악화되자 4·7 재·보궐선거 득실만 따졌을 뿐 국회의원 전수조사엔 별 관심이 없었다. 여당이 4월 초 권익위에 조사를 맡길 때 “여당 의원 출신이 수장인 권익위는 믿을 수 없다”며 한발 빼고는 2개월여 동안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지도 않았다. 그래 놓고 여당이 소속 의원 12명에 대해 출당 및 탈당 권유 조치를 취하며 역공에 나서자 감사원을 찾았다. “애초 전수조사를 할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부동산 문제는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된 중요한 민생 현안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에서 사회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 분야다. 국회의원 등 공직자들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에 대한 세간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간 민심의 호된 질책이 야당으로 향할 수 있다. 여당에 이어 국민의당 정의당 등 5개 정당도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한 만큼 같은 기관의 조사를 받는 게 공평하다.

국민의힘은 감사원 의뢰가 꼼수가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려면 여당보다 더 강도 높은 조사를 권익위에 요청해야 한다. 권익위엔 강제수사권이 없다. 권익위를 믿을 수 없다고만 할 게 아니라 금융거래 내역 제출 등 조사에 훨씬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특별법을 통해 국회의원 부동산 실태를 정기적으로 강도 높게 조사할 수 있는 제도나 기구를 정비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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