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식투자자 눈치 보는 국민연금에 노후 맡길 수 있겠나

동아일보 입력 2021-04-10 00:00수정 2021-04-1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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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9일 2021년도 제4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 앞에서 연기금의 공매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어제 회의를 열어 국내 주식 보유 한도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가운데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의 상한선을 18.8%에서 19.8%로 높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17조 원의 국내 주식을 팔아온 국민연금의 매도 행진은 주춤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기준대로라면 11조 원가량을 처분해야 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2조5000억 원가량만 팔면 된다.

국민연금이 순수하게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한도를 조정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번 논의는 주식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매도 중단을 청와대에 청원하면서 시작됐다. 내용 면에서도 주식투자자 눈치 보기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까지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점차 줄여오는 추세였다. 이번 결정은 이런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맡겨진 돈이다. 그 자금을 안정성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해서 운용해야 한다는 원칙은 어디에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국민연금의 재정기반은 매년 취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56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된다. 5년 전 전망치와 비교하면 적자 전환 시기는 3년, 기금 고갈 시기는 4년 앞당겨졌다.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 운영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캐나다는 연금투자위원회가 연기금을 독립적으로 운용하고, 스웨덴 국민연금은 6개 기금으로 나눠 서로 독립적으로 운용한 뒤 정부에는 사후 결과만 보고한다. 기금위 위원에서 친정부 인사를 빼고 일본이나 노르웨이 네덜란드처럼 투자·금융 전문가 위주로 구성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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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자#국민연금#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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