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기 도중 물러난 윤석열… ‘산 권력’ 수사는 흔들림 없게

동아일보 입력 2021-03-05 00:00수정 2021-03-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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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어제 물러났다. 윤 총장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윤 총장은 여권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강하게 반발해왔다.

윤 총장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등 적폐 청산의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현 여권의 지지를 받았고 2019년 7월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 하지만 윤 총장이 조국 전 법무장관 수사,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 수사 등을 진행하자 여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6건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이어 윤 총장 징계를 강행했고, 윤 총장은 여권의 대척점에 서게 됐다.

윤 총장의 중도 사임은 검찰총장 임기제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다. 본인의 소신대로 중수청 설치를 막고 원전 수사 등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임기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 대선 일정을 감안해 퇴임을 서둘렀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검사가 퇴직한 뒤 1년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데 이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권의 무리한 중수청 추진과 검찰에 대한 막무가내식 압박이 윤 총장 사퇴의 일차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함에 따라 조만간 후임 총장 인선 절차가 시작된다. 원전 수사,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의혹 등 현 정부 인사들이 연루된 사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차질 없이 계속돼야 한다.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및 자녀 입시비리,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재판이 진행 중인 주요 사건에 대해 빈틈없이 공소 유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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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받아들이면서 검찰 출신 신현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표도 수리하고, 민변 부회장을 지낸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을 후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만약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할 의지가 없는 총장을 임명하고 그를 수사의 방패로 삼는다면 그 후유증은 현 정부가 끝난 뒤까지 이어질 것이다.
#윤석열#임기#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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