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로는 “性평등” 행동은 성추행… 정의당 대표의 위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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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의 장혜영 국회의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어제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이달 15일 김 대표가 장 의원과 저녁 식사를 하고 나와 신체 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김 대표를 직위 해제하고 당 징계위에 제소하기로 했다.

당 대표의 여성 의원 성추행은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가 성폭력 근절을 강조해 온 제도권 정당의 대표였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로 선출되며 진보정치의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인물로 주목받아 온 만큼 충격이 더하다.

진보진영의 거물 정치인들이 권력형 성범죄로 낙마하면서 위선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018년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지난해 4월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으로 사퇴한 데 이어 7월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는 민주화 세대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조차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권위주의 시절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은 안 전 지사 사건이 불거지자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오 전 시장 사건 후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모두 빈말에 그쳤다. 박 전 시장도 ‘성희롱·성폭력 없는 성평등 도시’를 내걸었지만 피해를 막지 못했다. 민주당이 두 전 시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당헌을 바꿔 가며 후보를 내는 것을 보면 성폭력 근절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당의 여성 의원들마저 ‘피해 호소인’ 운운하며 2차 가해를 방치하는 모습에 비슷한 성범죄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장 의원은 “그럴듯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들조차 왜 번번이 여성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는 것에 실패하는지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의 성추행 사퇴는 성폭력이 진영 논리로 면죄부를 줄 수 없는 보편적 인권 문제라는 인식이 정치권 전반에 뿌리내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성평등#성추행#정의당 대표#김종철#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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