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의 백악관[횡설수설/김선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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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Black Rock)은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다. 운용 자산이 7조8000억 달러(약 8580조 원). 이보다 큰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가진 국가는 미국과 중국뿐이다. 블랙록이라는 회사명은 스티븐 슈워츠먼이 1985년 세운 사모펀드그룹 ‘블랙스톤’에서 유래했다. 공동창업자였던 래리 핑크는 1988년 분사하면서 블랙스톤과 비슷한 ‘검은 조약돌’과 ‘검은 바위’를 고민하다가 ‘블랙록’으로 최종 결정했다.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경제팀에는 블랙록 출신들이 핵심 요직에 자리 잡았다. 역대 최연소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된 브라이언 디스(43)는 블랙록의 지속가능투자 최고책임자 출신이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오른팔인 재무부 부장관에 지명된 월리 아데예모는 핑크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제자문인 마이크 파일도 이 회사 출신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월가와 백악관 간 회전문 인사의 중심이었던 골드만삭스의 시대가 가고 블랙록이 왔다”고 평했다. 수많은 정부 인사들을 배출해 ‘거버먼트(정부) 삭스’라고도 불리던 골드만삭스였다. 설립된 지 불과 33년 된 블랙록은 152년 역사의 골드만삭스와는 다른 길을 걸으며 성장해 왔다.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한 수익 창출보다는 지속가능성과 책임경영을 내걸고 투자했다. 블랙록은 삼성전자의 3대 주주이기도 하다.

▷지속가능성은 요즘 자본시장에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란 말로 통용된다. 우리나라 전국경제인연합회 같은 성격의 미국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이 2년 전 기업의 봉사 대상을 주주에서 경제 이해당사자로 확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가 높게 요구되는 가운데 블랙록은 특히 기후변화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투자를 강조한다. 마침 NEC 수장을 맡은 디스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채택 때 미국의 기후변화 특별고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대통령이 탈퇴했던 이 협약에 바이든 대통령은 재가입을 약속한 상태다.

▷환경과 통합을 내세우는 블랙록의 경영 방침은 미 민주당의 정치 기조와도 일치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 평판을 공유하고 공정의 가치를 중시하는 요즘 소비자들과도 통한다. 블랙록은 펀드별 ESG 점수와 탄소발자국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친환경’ 기치를 내건 백악관과 블랙록은 앞으로 한 몸처럼 움직일 공산이 크다. 탄소배출 기업은 투자 받기 어려워지고 수출규제의 압박은 커질 것이다. 검은 바위(블랙록)를 들인 흰 집(백악관)은 저 멀리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
#블랙록#백악관#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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