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시대와 함께 흐른다[김학선의 음악이 있는 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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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니 미첼-Blue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음악을 넘어 미국 문화를 상징한다. 그런 롤링스톤에서 2003년 처음 발표하고 2012년 개정판을 낸 ‘500대 명반’은 안내 역할엔 충실했지만 흥미롭진 않았다. 지금껏 여러 음악매체에서 숱하게 보았던 순위의 종합판 같았기 때문이다. 롤링스톤은 초기 정치 기사도 내보이며 진보적인 외피를 걸치고 있었지만, 정작 이런 순위에선 전통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면모를 드러내 왔다. 여기에서의 ‘전통’은 ‘백인 중심’의 음악과 밀접하다. 가령 가장 미국적인 아티스트인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역시 진보적인 외피를 걸치고 있는 유투에 대한 롤링스톤의 애정은 무한에 가깝다.

2020년 9월 롤링스톤의 두 번째 개정 순위가 발표됐다. 이 순위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성토했다.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동안 다수의 명반 순위가 재미없게 느껴진 건 뻔했기 때문이다. 상위권 순위는 거의 정해져 있었고, 1위는 비틀스의 이름을 박아놓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2012년 순위에서 비틀스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1위에 올렸고, 모두 4장의 앨범을 10위 안에 올렸다. 아무리 비틀스가 위대하다 해도 과하단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2020년 순위에선 비틀스의 이름이 사라졌다. 8년 전 1위를 차지했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24위까지 순위가 밀렸고, 10위 안엔 ‘Abbey Road’만이 자리했다. 비틀스 대신 정상의 자리를 차지한 건 솔 아티스트 마빈 게이다.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반이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도 1위 자리에 오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만큼 대중음악의 역사는 ‘백인 (남성) 중심’의 음악을 중심으로 쓰여 왔기 때문이다.

이번 ‘롤링스톤’ 순위 특징을 요약하면 ‘흑인’과 ‘여성’이다. 그동안 소외돼온 흑인 및 여성 아티스트의 위치가 크게 상승했고, 새롭게 이름을 올린 이도 여럿이다. 마빈 게이의 이름만큼 눈에 띄는 아티스트는 조니 미첼이다.

위대한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의 ‘Blue’는 30위에서 3위로 수직 상승했다. 기타와 피아노, 목소리 정도가 전부인 단출한 구성이지만 음악 자체가 가진 힘은 여성 음악가의 앨범이 비틀스와 밥 딜런, 롤링스톤스의 위에 서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걸 증명해준다.

사랑과 이별, 관계, 불안 등에 대한 자기 고백을 담고 있는 음악은 그래서 지금 계절과도 잘 어울린다. 좋은 음악은 계절을 타지 않지만 분명 더 어울리는 계절은 있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조니 미첼의 쓸쓸한 목소리를 들으며 시대의 변화를 생각한다. 어떤 음악도 시대와 분리되어 이야기되지 않는다. 꼰대 소리를 듣던 ‘롤링스톤’도 변화를 택했다. 덕분에 49년 전 음반을 다시 꺼내 듣는다. 계절은 깊고 음악은 더 깊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
#롤링스톤#비틀스#흑인#여성#조니 미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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