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현자유 침해, 경협 특혜… 남북관계 법안마저 일방통행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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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어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등 남북관계 법안 18건을 상정해 토론을 벌였다. 대부분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법안들로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신속 처리를 다짐한 사안이다. 민주당은 일단 야당과 논의를 거쳐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에 따라선 강행 처리하겠다는 의지도 숨기지 않고 있다.

여당의 남북관계 법안들에는 위헌 소지가 다분한 데다 대북사업 특혜 등 온갖 논란을 부를 내용이 수두룩하다. 여당이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에 대해선 이미 국회 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들이 “사전 검열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성이 있다”는 검토보고서를 내놨다.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교역과 반출·반입 물품’에 대북전단과 보조기억매체(USB), 풍선기구, 드론을 포함하는가 하면 전단 살포행위를 사전 신고 대상인 ‘남북한 주민 접촉’에 끼워 넣는 등 상식 밖의 억지투성이다.

경협 중단 시 투자자산의 손실 보상 차원을 넘어 기업의 미실현 기대이익까지 정부 예산으로 보상해주고, 특정 접경구역에 평화경제특구를 설치해 지원하는 법안도 있다. 대북 투기 열풍까지 조장할 사안이다. 심지어 대통령이 체결하는 남북합의서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른 체결·비준 절차라고 명시하자는 개정안도 있다. 법체계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이미 북한의 협박 이후 전단 살포 단체에 대한 경찰 수사와 법인 설립 허가 취소, 나아가 상당수 대북인권단체에 대한 사무검사를 벌이는 등 잇단 무리수를 두고 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까지 나서 한국 정부의 모든 조치를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이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반발할 정도로 논란의 대상인 법안들까지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국가적 체면마저 크게 손상될 수밖에 없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의 도발을 불러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무리한 법 개정이 아니라 정부가 대북단체를 설득하고, 불가피하면 기존 법으로 규제하면 된다. 시간적 촉박성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법안 처리에 목을 매고 있다. 탈북민 출신 야당 의원이 “북한에서도 이렇게 고속도로 달리듯 안 한다”고 한탄할 정도로 속전속결 힘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남북관계#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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