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1가구 1주택’이 된다면[오늘과 내일/김광현]

김광현 논설위원 입력 2020-07-30 03:00수정 2020-07-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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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보유율 96% 루마니아, ‘저주’로 표현
싱가포르처럼 되려면 토지국유화가 전제돼야
김광현 논설위원
요즘 부동산과 관련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정책과 정치인들의 발언들이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설마 이런 것까지 할 수 있겠는가 싶은 막장 정책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엊그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급 이상 간부들에게 연말까지 살고 있는 집을 빼고는 모두 처분하고, 그러지 않으면 승진 전보 성과 등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2급 이상 다주택 공무원들에게 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니 이 지사는 ‘묻고 더블로’ 식으로 4급까지 확대한 것이다. 주택정책과 관련된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도 아닌데 승진이 전부인 공무원에게 주택 소유 여부를 업무 성과와 연결시키는 것은 자기 정치를 위한 직장 갑질 횡포나 다름없다.

최근 쏟아지는 전반적인 정책 방향은 다주택 소유자를 사회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기조를 수립하는 전략기획위원장이면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진성준 의원은 최근 ‘1가구 1주택’ 원칙을 아예 법으로 정하자는 ‘부동산 민주화’ 법안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2018년 10월 이정미 당시 정의당 대표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농지개혁의 원칙이었던 경자유전(耕者有田)에 빗대 ‘거자유택(居者有宅)’으로 ‘1가구 1주택’을 정책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요구권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당한 주장인 줄만 알았는데 여당 독주의 국회에서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하고 이제 본회의만 남았다.


너도 나도 주장하는 ‘1가구 1주택’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나라의 2015∼2018년 평균 주택보급률(주택 수÷가구 수)은 103%, 주택보유율(주택보유 가구÷가구 수) 56%다. 10가구 중 4가구 이상이 전월세를 살고 있다는 말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도 대체로 60% 수준이다. 주택보유율이 96%인 나라가 루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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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차우셰스쿠 공산 독재정권이 무너지면서 대부분 국가 소유였던 주택을 국민들에게 거의 컬러TV 한 대 가격으로 싸게 팔았다. 모두가 주택을 가졌으니 살고 있는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 주택 건설 및 관련 산업은 물론이고 임대시장도 발달할 수가 없다. 직장 문제로 이사를 하려고 해도, 결혼해 분가를 하려고 해도 가격이 낮은 임대주택이 없으니 지금 집에서 주저앉게 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세계적 추세와는 달리 루마니아는 점점 대가족화돼 가고 있다. 루마니아 젊은이들은 모두가 집을 갖고 있는 것은 저주라고 표현한다.(‘규제의 역설’, 최성락, 2020년)

주거 안정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싱가포르도 주택보유율이 90%를 넘는다. 국민의 80%가 정부에서 공급하는 주택에 살고 있다. 이게 가능한 것은 독립 당시 싱가포르 정부가 토지를 국유화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대부분이 민간 소유인 우리나라에서 1가구 1주택이 정착되려면 토지 혹은 주택 국유화가 전제돼야 한다. 토지 공개념을 훨씬 뛰어넘어 부동산 민주화, 부동산 국민공유제 같은 단어들과 폭주하는 정부 태도를 보고 있으면 토지 국유화도 마다하지 않겠다 싶다.

이처럼 아예 시장경제 시스템을 포기한다면 모를까 정부에 의한 가격의 직접 통제는 원하지 않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폭격 이외 수단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주택 임대료 통제’라는 말이 괜히 경제학 교과서에까지 실려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대한민국에서 현재진행형인 사안들이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부동산 정책#주거 안정#1가구 1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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