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의 5번째 ‘대법관 독립 제청’[오늘과 내일/정원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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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중 3번은 대법원의 구성 다양화에 방점
대법원의 실질적 변화 이끌 후보 선택해야

정원수 사회부장
정원수 사회부장
24일 대법원에서 열릴 예정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는 9월 8일 6년 임기가 끝나는 권순일 대법관(61·사법연수원 14기)이 참석한다. 선임대법관 자격으로 법원행정처장과 함께 당연직 대법관추천위원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법원조직법 개정으로 선임대법관이 당연직 대법관추천위원을 맡게 되면서 10년째 퇴임을 앞둔 대법관이 자신의 후임을 뽑는 독특한 전통이 생겼다. 이번에는 국민 공모 등을 통해 45세 이상의 현직 법관 23명과 변호사 5명, 교수 2명 등 후보군이 30명으로 좁혀졌다.

대법관추천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자신의 후임에 대해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사는 “대법원의 사정을 잘 아는 비중 있는 전임자 얘기여서 추천위원들이 귀담아듣게 된다”고 했다. 회의석상에서 선임대법관은 자격 요건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법조인 이름을 거명하면서 적격과 부적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고 한다. 회의 막판에는 최종 후보군을 3∼5배수로 압축하는 과정에 투표권을 직접 행사한다.

이 때문인지 전임과 후임 사이에는 정통 법관, 고학생(苦學生) 신화, 여성 등으로 유사점이 적지 않은 경우가 많다. 권 대법관은 ‘민법의 대가’로 불린 양창수 전 대법관의 후임이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보수와 진보 성향을 넘나들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 여부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다수의견이 아닌 소수의견에 섰다. 하지만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라는 판결 기준을 새로 제시했고, 태어난 아이의 ‘출생 등록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첫 판결도 했다.

2017년 9월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6년 임기 동안 13명의 대법관을 제청하게 된다. 김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의 뜻에 어긋나더라도 제청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겠다”고 했고, 그 이후 “청와대로부터의 제청권 독립”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 결과는 어떨까. 김 대법원장은 2017년 11월(안철상 민유숙), 2018년 7월(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2018년 10월(김상환), 2020년 1월(노태악) 등 모두 4차례 대법관 임명 제청권을 행사했다. 첫 번째는 비서울대와 여성 법관, 두 번째는 재야 변호사와 비서울대, 여성 법관, 네 번째는 비서울대 등이었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출신인 김상환 대법관의 세 번째 제청만 예외였다.

이번에도 원칙과 예외 중 선택해야 한다. 우선 권 대법관의 후임인 만큼 정통 법관이 차지해야 한다는 법원 내부 여론이 있고, 재판 능력이 검증된 후보들이 몇몇 눈에 띈다. 김 대법원장이 사석에서 “내가 아는 판사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 “김 대법원장에게만 사법부 개혁을 맡기지 말자”며 사법개혁의 새 주체를 자처한 진보 성향 법학자도 있다. 전체 법관의 30% 이상이 여성인 시대에 대법관 중의 여성 비율(23%)은 30% 미만이어서 여성 대법관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대법원장은 제청 직후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두고 선정했다”는 입장을 자주 밝혔다. 하지만 상징적인 다양성이 아니라 실질적인 공정함과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있는 판결을 하는 대법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법원 안팎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올 9월 김 대법원장은 임기 반환점을 돈다. 공언했던 대로 이번에야말로 ‘좋은 (대법원) 재판’을 견인할 후보자를 선택해 대법원이 긍정적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정원수 사회부장 needjung@donga.com
#김명수 대법원장#대법관 독립 제청#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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