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 주어진 등교, 부모도 심리방역 무장해야[광화문에서/김희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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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내일이면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 1, 2학년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중3과 고2까지 237만 명이 등교 대열에 합류한다. 지난주 가장 먼저 등교한 고3은 등교 여부를 선택할 수 없었다. 입시가 지상 과제인 이 땅에서 앞뒤 잴 겨를 없이 방역 시험대에 올려졌다.

반면 앞으로 이어질 학년별 순차 등교는 좀 다르다. 학부모들의 등교 연기 요구에 교육 당국이 ‘사실상 등교 선택’이라는 희한한 해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체험학습 사유에 가정학습을 추가해 집에 있어도 출석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서울 등 일부 시도 초등학교는 1학기 내내 학교에 안 갈 수도 있다.

공을 넘겨받은 학부모 입장은 난감하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미 학부모 커뮤니티나 학급별 대화방에서는 자녀를 학교에 보낼 것인지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등교 선택권이 주어진 상황에서 만에 하나 자녀가 학교에서 병을 옮기거나 옮은 경우 ‘그러게 왜 굳이 학교를 보내가지고…’라는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불안과 비난이 번지는 시점에 필요한 것은 부모들의 심리방역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학부모의 주관과 자신감, 그리고 유능감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등교와 가정학습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선악이나 정의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재난트라우마 이사인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등교 여부는 부모의 양육 철학에 따라 선택할 일이며, 다른 사람이 평가할 대상도 아니다”라며 “각자 학교에서의 발달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면 등교를, 감염병 위험을 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가정학습을 택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선택 다음에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등교를 선택했는데 아이가 “○○이는 안 간다는데 나는 왜 가야 돼?”라고 묻거나 “병 걸릴까 봐 무서워”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부모가 “아우, 그러게. 왜 학교를 벌써 열어가지고 이 난리야”라고 불평하면 최악이다. “지금은 무서울 수도 있지만 선생님과 어른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어.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다 같이 노력해서 이겨냈어”라고 다독일 수 있어야 한다.

유능감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로서 잘해 나가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마음이다. 김 이사는 이런 예를 들었다. 공부를 할까, 모처럼 놀까 고민하던 수험생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게 가장 나쁠까? 놀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잘 놀아야지, 괜히 노는 내내 ‘공부할 걸 그랬나’라고 후회하는 게 최악이라고 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면 ‘마스크는 잘 쓰고 있을까’ 전전긍긍하거나 ‘괜히 보낸다고 했나’라며 후회하지 말고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를 믿어야 한다.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면 ‘우리 애만 친구가 없으면 어쩌나’라고 걱정하는 대신 집에서도 학교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학부모의 등교방역은 이제 시작이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코로나19#학교방역#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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