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7일 탄핵 최종변론… ‘헌재 불복’ 汚辱의 역사 물려줄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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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오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최종 변론을 끝으로 선고를 위한 내부 평의 및 평결 절차에 들어간다. 헌재가 어제까지 박 대통령 출석 여부를 알려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대통령이 27일 최종 변론에 나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결국 탄핵심판은 박 대통령 출석 절차 없이 선고가 내려지게 됐다.

탄핵심판 피청구인인 대통령이 헌재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고도 검찰과 특검 조사를 거부한 대통령이 마지막 소명 기회인 헌재에도 불출석한 것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통령의 불출석이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그 어떤 선동의 전주곡이 되지나 않을까 두렵다.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25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조선시대도 아닌데 헌재가 자기 결정에 복종하라면 복종해야 하느냐”며 불복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동안 헌재 심판 과정에서 막말 변론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 변호사가 이런 인식을 드러낸 것은 개인적 소신 표명이라기보다는 공공연히 불복을 선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기면 승복하고, 지면 불복할 참이라면 왜 헌재 심판정에 서는가. 법리로 다퉈야 할 변호사의 본분을 망각한 그에게 대한변협은 중징계를 검토해야 한다.

헌재는 작년 12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후 오늘까지 3차례 준비기일과 17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해 왔다. 국회가 제시한 헌법 위반 5개, 법률 위반 13개의 탄핵 사유를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5개 쟁점으로 정리해 심리를 진행했다.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이기에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박 대통령 측은 무더기 증인 신청, 막말 변론, 재판관 기피 신청 등으로 원활한 진행을 가로막았다.

헌재가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결론을 내리려는 것에 박 대통령 측은 절차적 공정성을 문제 삼는다. 하지만 2004년 탄핵심판 때 그랬던 것처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대통령이 위헌적 행위를 해서 국민 신임을 저버렸느냐의 여부이다. 헌재가 이에 대해 충분한 법리적 판단을 내렸다면 선고 시기는 헌재의 몫이다. 국정이 표류하는 상황에선 신속한 결정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선 헌재 불복 기류가 무슨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촛불’과 ‘태극기’ 세력은 물론 주요 대선 주자와 정치권, 심지어 탄핵심판 법률대리인까지 나선다. 이 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온라인 카페에 올린 20대 청년도 있다. 탄핵 결정이 찬반 양측의 분열과 사생결단식 대립으로 치닫지 않도록 유력 대선 주자와 각 정당부터 헌재 선고에 앞서 무슨 결정이든 승복할 것을 명징하게 선언해야 한다. 어느 쪽이 됐든 광장의 논리로 탄핵심판에 불복한다면 대한민국 헌정사에 오욕(汚辱)으로 기록될 것이다.
#헌법재판소#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김평우#이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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