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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사설]박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해명, 최순실 수사로 규명해야

입력 2016-10-21 00:00업데이트 2016-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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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경과와 성격에 대해 처음으로 해명했다. 작년 2월 문화 체육 활성화를 위해 기업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렸고, 작년 7월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 기업 대표를 초청한 행사에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했다. 그래서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청와대의 지시로 두 재단이 설립됐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부탁드렸다’ ‘논의했다’고 했지만 기업들은 거역할 수 없는 지시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 발목을 비틀어 450억∼460억 원을 내도록 하고 있다”고 한 말이 이를 방증한다. 작년 10월과 올 1월 각각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은 모두 774억 원을 냈다.

 지난달 22일 두 재단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박 대통령은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이것이 가이드라인이 됐는지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의 개입 논란에 “안 수석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했다. 또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으로 안종범 수석에게는 설립이 거의 결정됐을 때 알렸을 뿐 사전 지시는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비선 측근으로 불리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와 안 수석 등의 국회 국감 출석을 끝내 막았다. 박 대통령이 진즉 소상히 해명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의혹이 커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아쉬운 점은 박 대통령이 K스포츠 운영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최 씨에 대해서는 한마디의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씨는 K스포츠를, CF 감독 차은택 씨는 미르의 이사장과 이사 선정을 좌우했다. 심지어 최 씨는 K스포츠를 자신의 딸 뒷바라지에 이용하기도 했다. 도대체 두 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대통령의 비선 측근들이 활개 친 까닭이 무엇인가.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이 전통 품새 태권도 공연과 케이팝-보건의료-한식을 묶은 코리아 에이드,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비즈니스 거점 공간을 확보한 K타워 프로젝트 등으로 한류 확산에 기여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했던 방식으로 기업들의 손목을 비틀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재단을 만들고 이런 행사들을 하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두 재단을 ‘퇴임 후 대비용’으로 만들었다는 의혹에 박 대통령이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믿고 싶다. 박 대통령은 또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중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의지가 진심이라면 결코 성역(聖域)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검찰은 이 사건을 특수부에 재배당해서라도 제대로 수사해 한 점의 의혹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검으로 갈 것이고, 정권이 바뀌면 더욱 가혹한 책임 추궁이 따를 수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의혹은 결국 핵심인 최순실 수사로 규명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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