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 사드 철회-평화협정 빅딜설… 한국의 전략은 뭔가

동아일보 입력 2016-02-27 00:00수정 2016-02-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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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전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와 북-미 평화협정을 둘러싸고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25일(현지 시간)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사드 때문에 중국의 안보 이익이 위험해진다”며 “북 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은 평화협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해리스 사령관의 발언은 이틀 전 존 케리 국무장관이 “사드 배치에 급급해하지 않는다”고 한 데서 한발 더 물러선 것이다. 중국이 북한 제재에 동참하는 대신 미국은 사드 배치를 조정하는 쪽으로 전략적 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어제 방한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사드는 외교적 협상 칩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이 역시 외교적 수사일 수 있다. 한미가 시나리오를 짠 것이 아니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는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던 것이 무색하게 됐다. 아시아태평양을 놓고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중은 한국의 안보 문제도 자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타협할 수 있음을 정부가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평화협정도 정부가 “비핵화 우선”과 “한국 주도”만 외칠 일이 아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先)비핵화-후(後)평화협정’이라는 지난 25년간의 대북 협상 틀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북-미 접촉 보도는 오보가 아니었다. 북한과 평화협정 회담을 할 준비가 됐다는 미국의 입장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러셀 차관보 역시 “북한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준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때 제시된 보다 넓은 범위의 이슈들로 나아갈 문을 열 것”이라고 밝혀 평화협정을 위한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장은 북한 제재가 이어지겠지만 다음 달 말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면 미중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문제가 논의되면서 향후 북한과 평화협정-비핵화 대화가 시작될 경우 정부는 반대만 할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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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은 북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 북-미 수교 등과연동돼 있어 한국으로선 북핵 해결 전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다. 최상의 한미관계만 강조하는 이 정부가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전략을 갖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미방위조약 체결 전에는 결코 휴전할 수 없다며 ‘반공포로 석방’을 단행함으로써 뜻을 관철시켰다. 박 대통령은 그만한 카드와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사드#평화협정#존 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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