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장까지 포함된 대규모 성추행, 학교도 아니었다

동아일보 입력 2015-08-01 00:00수정 2015-08-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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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공립고에서 일부 남교사에 의한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 의혹이 발생해 충격을 던지고 있다. 피해를 당한 여교사와 여학생이 18명에 이르고 성적 수치심을 느낀 여학생이 100명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는 교장 1명에 남교사 4명 등 모두 5명이다. 나이 어린 여교사와 힘없는 기간제 여교사들은 수시로 남교사들에게 교실과 복도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한다. 여학생들도 학교 내에서 성적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 학교의 한 여교사는 “이게 무슨 학교인가. 괴기영화 세트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개탄했다. 지금까지 학교 내에서 발생한 최악의 성추문 사건으로 꼽힐 만하다.

이 학교 남교사 한 명은 지난해 2월 회식 자리를 가진 이후 이동한 노래방에서 여교사의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몸을 더듬었다. 여교사는 교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이 사실을 알리고 항의했지만 교장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성추행 의혹이 일어나면 학교장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즉각 경찰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후에도 남교사 4명이 동료 여교사와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일이 계속됐다. 역시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교장의 방조 아래 여교사들과 학생들에겐 악몽 같은 1년 반이 이어졌을 것이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학교 현장에는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현직을 유지하며 학생을 가르치는 교직원이 115명이나 된다. 감봉 견책 등 경징계를 받았을 경우 교직에서 배제할 수 없는 규정 때문이다. 교육부는 뒤늦게 관련 규정을 개정해 해임에서 파면까지 할 수 있도록 징계 기준을 크게 강화해 올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교육당국은 이런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교내 성추행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파악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여교사의 민원 제기와 함께 지난달 20일 감사에 착수했으나 감사 당일 교육청 소속 감사관이 술을 마시고 현장에 나타나 감사팀원이 반발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 학교에 그 교육청인 셈이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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