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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유월의 무논을 바라보며

    기차를 타고 유월의 차창 밖을 바라본다. 모내기를 끝낸 무논의 풍경이 아름답다.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어린 벼들이 연초록 옷을 입고 고요하다. 푸른 산 한 자락과 비스듬히 기울어진 전봇대의 그림자가 무논에 어린다. 어느 농부가 부지런히 타고 왔다가 논둑에

    • 201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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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스승은 부모와 같다

    [정호승의 새벽편지]스승은 부모와 같다

    내겐 세 분의 스승이 계신다. 내가 지금 시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분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대구 계성중 2학년 국어시간이었다. 당시 김영랑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를 가르치시던 김진태(金鎭泰) 선생님께서 시를 한 편씩 써오라는 숙제를 내셨다. 나는 난생처음 숙…

    • 201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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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견딤이 쓰임을 결정한다

    일본 호류(法隆)사에는 절 앞에 소나무 숲길이 길게 형성돼 있다. 대부분 오랜 시간의 나이테를 지닌 건강하고 잘 생긴 소나무들로 보는 것만으로도 청정한 느낌이 든다. 호류사 안마당에도 윗부분이 뚝 잘린, 수령 몇백 년은 된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는데 그 기품이 여간

    • 201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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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의미 없는 고통은 없다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는 말이 있다. 얼마 전 눈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빠진 속눈썹 하나 때문에 아픈 거라며 빼주었다. 속눈썹 하나가 눈에 들어가도 아파 병원에 가는데 만일 자식을 눈에 넣는다고 가정한다면 그 얼마나 아프겠는가. 그런데도 우리 부

    • 20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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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한 집배원

    전남 해남에 집이 가난해서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머슴인 아버지를 따라 나무를 해오고 풀을 베는 일로 가난한 살림을 도왔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학교에 다니고 싶어졌다. 소년은 어릴 때부터 엄마와 같이 다니던 교회에 가서 학교에 가게 해 달

    •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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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내 인생의 스승 운주사 석불들

    겨울 운주사(전남 화순군)를 다녀왔다. 새해에 내 인생의 스승을 찾아뵙고 엎드려 절을 올리고 싶어서였다. 누군가에게 엎드려 절을 올린다는 것은 진정 나를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므로 연초에 그런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선뜻 누구를 찾아뵙긴 어려웠다. 찾아뵙

    • 20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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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얼마 전 친구한테 들은 얘기다. 실제 유럽 어느 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가난한 소년이 책방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소년은 책을 사 보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사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책방 쇼윈도 너머로 책 한 권이 펼쳐진 채 진열되어 있었다. 소년은 책을 읽

    • 201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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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가족은 희망이다

    부모님 집으로 출근한 지 벌써 8년째다. 부모님 아파트 방 한 칸을 빌려 작업실로 쓰기 때문에 일을 하려면 어찌 됐든 부모님 집으로 가야 한다. 어느 날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친지가 “죽음이란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한 말이 떠올라, 부모님이 돌

    • 201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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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다시 聖者를 기다리며

    얼마 전 서울 영등포역 부근 요셉의원 앞을 지나다가 우리 시대를 살다간 성자를 다시 그리워하게 되었다. 요셉의원은 가난하고 병들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1987년에 선우경식 원장이 개원한 무료 병원이다. 내과의사인 선우 원장은 21년 동안 미혼인

    • 20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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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가을은 찾아왔지만 지난여름 태풍을 잊을 수 없다. 새벽에 느닷없이 창을 뒤흔들던 태풍은 순식간에 수많은 나무를 쓰러뜨렸다. 아침에 일어나 아파트 마당에 나가 보니 10여 그루의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낸 채 쓰러져 있었다. 대부분 30m가 넘는 소나무로 어떤 녀석은 허리

    • 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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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집에서 무슨 신문 보세요?”

    “집에서 무슨 신문 보세요?”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초면인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다. 처음엔 무심코 대답하다가 이제는 그냥 씩 웃고 만다. 아니면 경제지나 스포츠신문을 본다고 말한다.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무척 곤혹스럽다. 질문한 상대방과 내가

    • 20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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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나무 그늘에게 감사!

    뙤약볕이 내리쬐는 8월의 길을 걸을 땐 누구나 나무 그늘을 찾아 걷는다. 강한 햇볕에 지친 걸음을 걷다가도 나무 그늘 밑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온몸에 생기가 돌고 마음도 시원해진다.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손수건을 꺼내 흐르는 땀을 닦아본다. 내 발밑에 부지런히 기어

    • 201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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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죽음의 가치는 누가 만드나

    몇 해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일본 시인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고야마 슈이치(小山修一) 시인에게서 ‘한국의 별, 이수현(李秀賢) 님에게 바치는 시’라는 시집 한 권을 받았다. 그는 직접 사인을 해주면서 “이수현 씨의 의로운 죽음에 감동받아 시집을 내게 되

    • 2010-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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