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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다산초당에서 만난 ‘뿌리의 길’

    대선이 끝난 뒤 전남 강진에 있는 다산초당을 생각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산길을 떠올렸다. 조선시대의 실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생활 중 ‘목민심서’ 등 불후의 명저를 저술한 다산초당도 중요하지만, 다산초당으로

    • 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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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삶은 이기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다

    나뭇잎들이 떨어진 창밖에 유난히 한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그 나무는 지난봄 온몸의 가지를 절단당한 나무다. 나무가 시야를 가리고 집 안을 어둡게 한다고 아파트 저층 주민들이 항의한 탓이다. 그래서 봄에 가지치기할 때 가지만 자른 게 아니라 아예 윗동을 싹둑 잘라

    •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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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당신은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

    [정호승의 새벽편지]당신은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가

    전남 완도에서 찐빵을 사먹게 되었다. 저녁을 먹고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시외버스터미널 부근 밤거리를 걸어가는데 멀리 ‘찐빵’이라는 간판 글씨가 희미하게 보였다. 어릴 때부터 찐빵을 좋아해온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선뜻 찐빵집으로 들어갔다. 내 주먹보다 큰 완도의 찐빵은 투박하지만 …

    • 201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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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목적을 버려야 목적에 다다른다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 중에서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티베트의 한 승려가 황, 백, 적, 흑, 청 등 색채의 모래로 만다라를 그리는 장면이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다 그린 만다라를 손으로 지워버리는 장면이다. 만다라는 불법의 모든 덕

    • 20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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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풀잎은 태풍에 쓰러지지 않는다

    태풍이 몰아치는 거리를 걸었다. 상반신을 잔뜩 구부린 채 태풍 속을 걸으며 간간이 거리의 나무들을 쳐다보았다. 나무들은 온몸을 뒤흔들며 몸부림을 쳤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한쪽으로 계속 기울어지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태풍을 견뎌내는 자세가 의연해 보였다. 다음 날

    • 20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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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평균적 가치관만이 가치 있는 게 아니다

    한 남자가 물동이 두 개를 물지게에 지고 물을 날랐다. 오른쪽 물동이는 집에 도착해도 물이 가득 차 있었지만, 왼쪽 물동이는 금이 가 물이 새는 바람에 물이 반도 차 있지 않았다. 그래도 남자는 늘 물이 새는 물동이로 물을 날랐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어른이 하루는

    •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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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나와 내 인생을 객관화해 각자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사랑하던 남녀가 다정히 손을 잡고 가다가 잠시 손을 놓고 ‘이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하나’ 하는 의구심을

    • 2012-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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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삼등은 괜찮지만 삼류는 안 된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일등은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다. 누구나 다 일등이 될 수는 없으므로 삼등이나 그 이하가 되어도 좋다는 말이다. 그러나 삼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왜 그럴까. 도대체 일등과 일류, 삼등과 삼류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또 ‘등(等)’과 ‘

    • 2012-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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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부모는 활이고 자식은 화살이다

    아들이 군에서 제대하고 복학 준비를 할 때였다. 복학 신청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아들은 등록금 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등록금 내야 한다는 말을 안 하니?” 내가 궁금해서 묻자 아들은 복학 신청을 했는데도 학교 인터넷 사이트에 등록금 고지

    • 201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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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새는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거리에 마른 나뭇가지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게 눈에 띈다. 꽃샘바람이 유난히 기승을 부린 탓인지 올봄엔 나뭇가지가 더 많이 떨어져 거리에 나뒹군다. 대부분 작고 가는 것들로 길고 굵은 나뭇가지가 떨어져 있는 경우는 퍽 드물다. 예년엔 그렇지 않았는데 올봄엔 그런 나뭇

    • 201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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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울지 말고 꽃을 보라

    [정호승의 새벽편지]울지 말고 꽃을 보라

    서울 영등포 거리에서 꽃을 파는 아주머니한테 꽃대가 막 올라온 작은 수선화 화분을 한 개 샀다. 비닐봉지에 넣어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올봄에는 내 손으로 수선화를 피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그동안 사는 데 너무 바빠 내 손으로 꽃 한 송이 키워 본 게 …

    •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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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가끔 우주의 크기를 생각해 보세요

    내 책상 앞에는 토성에서 찍은 지구 사진 한 장이 붙어 있다. 그 사진은 신문 1면에 머리기사로 난 토성 사진으로, 말하자면 ‘토성에서 본 지구’ 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은 지구를 찍은 사진이 아니라 토성을 찍은 사진인데, 일곱 개 토성의 고리 너머 머나먼 곳에 지구

    •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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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실패를 기념하라

    새해 달력을 넘긴다. 일요일 외에도 붉은 숫자로 인쇄된 국경일들이 눈에 띈다. 국경일이 아니더라도 날짜 밑에 각종 기념일 명칭을 인쇄해놓았다. 우리 사회가 기념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날들을 미리 고지해놓은 것이다. 이런 기념일은 국가나 사회의 삶에만 있는 게 아니다

    • 2012-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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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무엇을 위하여 종은 울리나

    종은 외로운 존재다. 종각에 외롭게 매달려 누군가가 자기를 힘껏 때려주기만을 기다린다. 누가 강하게 때려주어야만 종은 제 존재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종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온몸에 아무리 상처가 깊어가도 누가 종메로 힘껏 때려주기만을 기다린다. 만일 때려주기를

    • 201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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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정호승]다시 첫눈을 기다리며

    [정호승의 새벽편지/정호승]다시 첫눈을 기다리며

    다시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기온이 뚝 떨어져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종종걸음을 치다가도 첫눈을 기다리며 하늘을 바라본다. 첫눈은 내가 기다리기 때문에 온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 때문에 온다. 젊은 시절부터 나는 얼마나 첫눈을 기다리며 살아…

    • 201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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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모든 벽은 문이다

    영화 ‘해리포터’를 떠올리면 결코 잊지 못할 장면이 하나 있다. 열한 살 고아 소년 해리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런던 킹스크로스역 벽을 뚫고 들어가던 장면이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차단된 벽 속으로 해리가 성큼 발을 내딛고 들어서자 벽 속에는

    • 201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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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자살의 유혹에 침을 뱉어라

    우리 사회는 ‘자살사회’다. 어린 학생에서부터 연예인, 대학 총장, 시장, 도지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자살하는 사회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은 이미 치유하기 힘든 질병이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부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하면 곧이어 관계자가 자살했다는 뉴스가

    • 201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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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갈릴래아 호숫가를 거닐며

    지난여름 이스라엘 갈릴래아 호수에 가보았다. 우리나라 산정호수 정도 되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멀리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망망한 바다 같았다. 예수 시대의 작은 고깃배라도 오갈 줄 알았으나 모터보트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로 질주하거나 파도를 가르며 윈드서핑을 즐기

    • 201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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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사진을 찍으려면 1000번을 찍어라”

    성철 스님이 지내시던 해인사 백련암 손님방에서 하룻밤 잔 적이 있다. 스님이 입적하시기 10여 년 전 일이다. 당시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나는 스님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허락하시지 않았다. 그 대신 서면 질문을 하면 서면으로 답변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 날 밤

    • 201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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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호승의 새벽편지]내일이라는 빵을 굽기 위해서는

    나는 ‘밥’이라는 말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빵’이라는 말도 좋아한다. 빵은 서구적 이미지가 있는 말이라 한국인인 내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 수 있으나 지금과 같은 글로벌시대에 빵은 밥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나는 빵을 아주 좋아한다. 빵 중에서도 곰보빵을 좋

    •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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