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공개변론 절차가 어제 마무리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어제 헌재에 직접 출석해 69분 동안 최후진술을 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직접 헌재에서 최후 진술을 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 윤 대통령은 남색 정장 재킷에 붉은 넥타이를 맸는데,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당일 때와 같은 복장이었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의 최후 진술 역시 비상계엄 당일 밤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며 탄핵사유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 완전히 다른 것”이라며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고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라고 주장했습니다. 계엄 선포 자체에 대한 사과나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언급 없이 기존의 ‘평화적·경고성 계엄’ 주장을 되풀이한 것입니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이라는 말을 40번 넘게 사용하면서 계엄의 배경에 ‘거대 야당과 내란공작들’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거대 야당이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에 선제 탄핵을 주장했고, 이어 국무위원과 검사 등의 줄탄핵, 입법 폭주, 예산 폭거로 정부기능을 마비시켰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주장입니다. 국무위원과 감사원장, 검사들의 탄핵을 언급하면서 “사기 탄핵”, “방탄 탄핵”, “이적 탄핵”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자신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결정족수가 차지 않았으면 더 이상 못 들어가게 막아야지 끌어낸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계엄 직전 국무회의의 실체적 형식적 결함에 대해서도 “의사정족수 충족 이후 국무회의 시간은 5분이었지만, 그 전에 이미 충분한 논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언급없이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반면 국회 측 9명의 대리인은 1시간 57분간 최후변론을 통해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피와 목숨을 바쳐 지켜온 민주헌정질서를 무참하게 짓밟았다”며 “신속한 파면만이 답”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측 대리인 이광범 변호사는 “피청구인은 대한민국 헌법 위에 군림하고자 했고, 우리는 이것을 ‘독재’라고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어제 “선고기일은 평의를 거쳐 추후 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종 변론 이후 2주 이내에 선고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헌재가 3월 중순경 선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헌재가 어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미임명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이달 27일 하겠다고 통보한 것이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권한쟁의심판 선고 결과에 따라 현재 8인 체제인 헌재가 마 재판관까지 포함해 9인 체제로 윤 대통령에 대한 선고를 할지, 아니면 마 재판관을 제외하고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할지 등이 추후 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