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예산 200조 늘린 文정부… 차기정부서 지출 줄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1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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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나랏빚 1000조 돌파… 채무비율 50% 넘어

정부가 내년 국가 예산을 사상 최대 규모인 604조4000억 원으로 편성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대응하고 경제 회복 과정에서 발생한 양극화를 재정으로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된 확장재정 기조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나라빚인 국가채무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고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재정 부담은 더 커지게 됐다.

정부는 2023년부터 재정 지출 증가율을 5%대로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새 정부 취임 뒤 처음 꾸려지는 예산인 만큼 이 같은 증가율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 임기 동안 총지출 50% 넘게 증가
정부는 31일 국무회의에서 내년 예산안을 전년 대비(본예산 기준) 8.3% 증가한 604조4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세출 증액 기준 역대 최대(34조9000억 원)인 2차 추가경정예산이 더해진 올해 전체 예산(604조9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 예산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400조5000억 원이었지만 임기 동안 50% 넘게 급증했다. 현 정부 임기 첫해 꾸린 2018년 예산에서 7.1% 지출의 증가율을 보인 뒤 꾸준히 8~9%대의 재정 지출 증가율을 이어갔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도 총지출을 전년 대비 6.0% 증가한 589조1000억 원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위축에 대응하고 양극화 극복을 위해 확장적 재정을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가 내년에 600조 원이 넘는 총지출을 꾸린 건 내년 세수 여건이 양호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국세수입이 올해보다 24조3000억 원 이상 더 들어와 총수입이 548조8000억 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2차 추경 당시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내년 총수입(534조7000억 원)보다 14조1000억 원 증가한 수치다. 경기 호조 등으로 국세수입이 예상치보다 12조8000억 원 증가했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나랏빚 1000조 원’ 시대를 열게 됐다. 국가채무비율은 50.2%로 역시 최초로 50%대에 진입한다. 정부는 2025년 국가채무가 1408조5000억 원, 국가채무비율은 58.8%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세수여건이 개선돼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55조6000억 원 적자로 GDP 대비 적자 비율이 올해 2차 추경(―4.4%)보다 소폭 개선된 ―2.6%를 나타낼 것이라고 추산했다.

● 2023년부터 지출 줄이겠다는 정부
정부는 2023년 총지출은 2022년보다 5.0% 늘어난 634조7000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 정부 내에서 이어져 온 확장재정 기조가 다음 정부부터 전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비대해진 복지예산 규모와 2023년 예산은 내년에 취임할 새 대통령과 새 정부의 첫 예산임을 감안하면 이 같은 확장재정 기조를 수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2023년부터 지출 규모 추산치를 소극적으로 책정한 것은 정부 재정준칙인 2025년 통합재정수지 ―3%, 국가채무비율 60% 미만 기조에 맞추기 위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5년도에 정부가 제시한 재정준칙을 준수하는 중기 시나리오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준칙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지 불투명한 데다 국회를 통과한다 해도 정부와 여당이 재정준칙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어 고삐 풀린 지출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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