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박범계에 반기… “檢 조직개편안 위법 소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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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승인 받아야 6대 범죄 수사 檢 정치적 중립 훼손… 수용 못해”
대검 부장검사 회의서 전원 반대… 박범계 “법리에 견해차 있는 듯”

법무부 vs 대검 정면충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검찰청은 8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이 이날 오전 대한변호사협회를 방문하고 있다. 대검의 입장문을 접한 박 장관은 “상당히 
세다. 법리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사진공동취재단
법무부 vs 대검 정면충돌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검찰청은 8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이 이날 오전 대한변호사협회를 방문하고 있다. 대검의 입장문을 접한 박 장관은 “상당히 세다. 법리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사진공동취재단
전국 검찰청의 일선 형사부가 6대 범죄를 수사할 때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조직개편안에 대해 대검찰청은 “법 위반 소지가 있고,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7일 오후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검사 회의를 약 1시간 15분 동안 주재한 뒤 조직개편안을 만장일치로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아 8일 오전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검찰청법엔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등이 소속 검사에게 직무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대통령령인 조직개편안으로 이를 제약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차장검사나 부장검사가 관할하는 지청에서 6대 범죄를 수사하기 위해선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대검은 “특히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대검은 또 “조직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국민들이 민생과 직결된 범죄에 대해 검찰이 직접 수사해 주길 바라더라도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다음 주 국무회의에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킨 뒤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었지만 대검의 공개 반발로 차질이 예상된다. 박 장관은 8일 “상당히 세다. 법리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검찰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추가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검 “장관 승인 받고 수사땐 중립 훼손”… 박범계 “상당히 세다”

대검, 조직개편안에 조목조목 반박
“직접 수사는 일선 검찰청별로 형사부 한 곳에서만 하라는 것인데 과부하가 걸릴 게 뻔하다. 그 부에만 검사 50명을 두라는 얘기인가.”

김오수 검찰총장이 7일 주재한 대검 부장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참석한 부장(검사장) 7명은 “해당 개편안은 검찰청법에 어긋나고, 시행될 경우 검찰의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동수 감찰부장 등 친정부 성향으로 알려진 검사장들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한다.

○ 대검 “조직개편안 시행되면 수사 공백 심각”
대검찰청
대검은 8일 전국 검찰청 형사부 중 한 곳만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무부의 검찰 조직개편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대검이 제시한 반대 사유는 4가지다. 우선 대형 사건이 형사부 한 곳에만 몰려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등 ‘수사 공백’이 생기고, 전문성을 갖춘 수사 인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해 국민 피해가 커진다는 점이다. 피해액 5억 원이 넘는 사기, 횡령 사건 등도 ‘6대 범죄’에 해당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엄밀한 수사가 어려울 수 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을 제외한 전국 17개 지방검찰청에서는 형사부 중 ‘말(末)부’만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직접 수사에 나설 수 있다. 소규모 지청이 6대 범죄를 수사하려면 장관 승인까지 얻어야 한다.

대검 부장회의 참석자들은 “당장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상반기에는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형사부 말부의 업무가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검찰 형사부 한 곳이 공소시효 6개월인 선거사범 수사에 전념하는 동안 다른 민생 사건 수사는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검은 “법으로 보장된 일선 지검장, 지청장의 사건 배당 및 재배당 권한을 박탈하는 것이어서 위법 소지가 있다”고 했다. 검찰청법은 총장과 일선 지검장, 지청장에 대해 사건 배당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대검은 각 검찰청 형사부에서 총장의 승인을 받아 수사하도록 하는 것은 대검 예규로 정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관련 예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그동안 공들여 추진해 온 ‘형사부 전문화 방향’에도 어긋난다는 의견도 있다. 각 지방검찰청 형사부마다 보건, 의약, 조세, 범죄수익 환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길러온 공인전문검사들이 배치돼 있는데 이런 전문 인력이 정작 수사에 나설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 박 장관, 일부 타협하며 김 총장 체면 세워줄 듯
김 총장은 3일 박 장관을 만나 법무부의 개편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전달한 지 닷새 만인 이날 공개적으로 ‘수용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 취임 초기 검찰 내부를 추스르고 리더십을 다져야 하는 김 총장으로서는 ‘예고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영전시키는 등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가 이뤄지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김 총장이 정권의 편향적 인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또 이미 김 총장 취임 전부터 일선 검찰청의 검사들 대다수가 법무부의 조직 개편안에 대해 ‘위법 부당’하다는 의견을 대검에 전달한 상태였다.

박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를 마치고 법무부 과천청사로 복귀하면서 기자들에게 “(대검의 입장이) 상당히 세다”며 “법리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외견상 견해차를 드러내긴 했지만 박 장관이 김 총장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타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김 총장이 이례적으로 박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최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여파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박 장관이 일부 내용을 수정하면서 김 총장의 체면을 세워주는 쪽으로 타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도예 yea@donga.com·배석준·황성호 기자
#박범계#김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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