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798% 영광 뒤엔 36% 손실도… 11곳은 10% 넘게 손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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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한 대 값 벌었다” 소식에 뛰어들었지만… ‘공모주=대박’ 맹신은 금물

회사원 이모 씨(37)는 스마트폰으로 투자하지도 않은 카카오게임즈 주가를 매번 확인한다. 지난해 9월 마이너스통장까지 만들어 공모주 청약에 나섰지만 높은 경쟁률 탓에 단 한 주도 받지 못했던 종목이다. 그는 “직장 동료는 두 달 먼저 진행된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 성공해 차 한 대 값을 벌었다”며 “왜 나한테는 그런 행운이 안 찾아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8일 현재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4만7000원으로 공모가(2만4000원)의 2배 가까이로 올랐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평균 2배 정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 청약 열풍만큼 투자 성적도 좋았던 셈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재상장 제외)들의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은 7일 기준 평균 99.9%로 집계됐다. 지난해 공모주 청약에 성공해 7일 종가에 팔았다면 평균 2배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의미다.


전체 상장기업 7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37곳의 상승률이 50%를 웃돌았다. 1000만 원을 공모주에 투자했다면 절반이 넘는 확률로 500만 원을 벌 수 있었던 셈이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상장기업은 항암 면역 치료제를 개발하는 박셀바이오다.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798.3%에 이른다. 그 뒤를 명신산업(576.9%), 포인트모바일(350.7%), 하나기술(325.4%) 등이 이었다.

코스피 상장기업 최초로 ‘따상상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3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했던 SK바이오팜도 200%가 넘는 수익률을 보였다. SK바이오팜의 공모가는 4만9000원. 현재 주가는 16만 원에 육박한다. SK바이오팜은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이 잇달아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사표를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사주를 받은 경우 퇴사를 하지 않으면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사주를 받은 SK바이오팜 직원 200여 명은 상장 첫날에만 평균 9억 원가량의 평가 차익을 올렸다.

하지만 공모주 투자가 반드시 수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10% 넘게 밑도는 기업은 11개에 이른다. 전체 상장기업의 15.7%다. 미세 칫솔모를 만드는 기업 비비씨는 현재 1만9000원대 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공모가(3만700원) 대비 36% 낮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는 공모가(13만5000원)보다 2만 원 정도 올랐다.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청약증거금을 끌어 모으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히트는 상장 첫날 시초가(27만 원)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기도 했다.

따라서 막연한 기대를 갖고 공모주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사전에 해당 기업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증권 신고서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 회사가 가진 아이템의 시장성, 성장성, 경쟁력 등을 판단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기관투자가들의 의무보유 물량 등 수급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첫 거래일인 4일 8% 넘게 급락했다. 기관이 보유한 492만 주에 대한 의무보유예수가 모두 풀렸기 때문이다. 직접 청약이 부담스럽다면 공모주 펀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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