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망가진 다리-미안한 어미 언급하면서 핵심쟁점엔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3일 19시 17분


코멘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 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News1
“딱히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3일 아들 서모 씨(27)의 2017년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복무 당시 특혜 의혹에 대해 “국민께 정말 송구하다”며 9개월 만에 첫 사과를 했다. 하지만 “군은 아픈 병사를 잘 보살필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규정에도 최대한의 치료를 권하고 있다”면서 서 씨의 23일 연속 휴가가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추 장관은 1281자 분량의 입장문에서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가 역풍을 맞아 ‘삼보일배’에 나섰다가 높은 구두를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가 망가진 사실과 남편의 장애 등 개인적인 일까지 언급하며 결백을 호소했다. ‘미안한 어미’ 등 아들에 대한 모성도 드러냈다. 정작 자신의 보좌관이 군 관계자에게 전화해 휴가연장을 요청한 사실이나 추 장관 부부 중 한명이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한 사실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추 장관은 “법무부장관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인내하며 말을 아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각의 의심대로 불법이 있었는지에 관하여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저는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앞서 7일 공언한대로 “사건과 관련해 일절 보고받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검찰 수사로 밝혀질 문제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저는 검은색을 희다고 말해 본 적이 없다” “거짓과 왜곡은 한순간 진실을 가릴 수 있겠지만 영원히 가릴 수 없다”고도 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사실상 수사결과를 언급해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이 사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검찰개혁의 중요성을 입장문 마지막에 덧붙였다. 그는 “검찰개혁 과제에 흔들림 없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고 저의 운명적인 책무라 생각한다. 기필코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서 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검찰개혁을 흔드는 공격이라고 추 장관이 사실상 규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은 법무부가 아닌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를 한 것은 개인적인 일에 국가기관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피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사과가 14일부터 나흘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의 야당의 공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