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전투 근무체계’ 발령하고 전투모·착검까지…北도발 가능성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2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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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총참모부가 17일 시범 철수한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 감시초소(GP)의 복구와 서해상 군사훈련 재개를 선언함으로써 9·19 남북 군사합의가 1년 9개월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전날(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한 지 하루 만에 우리 정부가 9·19 군사합의의 주요 성과로 삼은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마저 무효화하는 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신문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14시 50분에 요란한 폭음 속에 참혹하게 완전 파괴되었다”라며 “우리 인민의 격노한 정벌 열기를 담아 이미 천명한 대로 단호한 조치를 실행하였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신문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14시 50분에 요란한 폭음 속에 참혹하게 완전 파괴되었다”라며 “우리 인민의 격노한 정벌 열기를 담아 이미 천명한 대로 단호한 조치를 실행하였다”라고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 ‘1호 전투 근무체계’ 발령하고 전투모·착검까지

북한은 조만간 9·19 군사합의로 시범 철거한 GP를 복구하고, 화기·병력을 재배치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남북은 지난해 11월 양측 GP 11곳에서 병력·화기를 철수시키고 해체 후 상호 현장 검증을 진행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경고 담화 사흘 만에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점에 비춰 볼 때 GP 재무장화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배치된 해안포의 포구 개방 및 사격훈련 강행도 예상되는 수순이다. 북한군 총참모부가 서남해상 전선을 비롯한 모든 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들의 전투직일근무(전투준비태세)를 증강하고, 각종 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경고했기 때문.

특히 북한군이 모든 전선의 경계근무급수(경계태세)를 ‘1호 전투근무 체계’로 격상시킨다고 밝힌 것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1호 전투근무 체계’는 북한이 2013년 3차 핵실험 직후 핵전쟁 불사와 정전협정 백지화 등 대남·대미 총공세를 하면서 북한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하달한 ‘1호 전투 근무태세’와 같은 개념으로 파악된다.

군 당국자는 “7년 만에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최전선의 긴장 고조를 노린 ‘물리적 조치’를 강행하겠다는 저의”라고 말했다. 2, 3일전부터 최전방 지역의 북한군 일부 부대에서 철모를 착용하고, 소총에 착검을 하는 동향이 군에 포착된 것도 도발 징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투모와 착검을 하지 않는 평상시 근무 태세와 비교해 북한이 모종의 도발을 앞두고 전방부대에 준전시태세를 하달했을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선 ‘포사격 전문가’인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 주도로 군사분계선(MDL)과 서해 NLL 인근에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언급한 ‘서울 불바다’를 시현하는 역대급 포격훈련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 軍, 20여 개 北 도발 시나리오 점검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지난 16일 오후 2시 49분경 폭파했다. 사진은 우리군 장비로 촬영된 폭파 당시 영상 캡쳐.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께 긴급 보도를 통해 “개성 공업지구에 있는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제공) 2020.6.16/뉴스1 © News1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를 지난 16일 오후 2시 49분경 폭파했다. 사진은 우리군 장비로 촬영된 폭파 당시 영상 캡쳐.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께 긴급 보도를 통해 “개성 공업지구에 있는 공동연락사무소를 완전 파괴시키는 조치를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국방부 제공) 2020.6.16/뉴스1 © News1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 위협을 ‘행동’으로 옮길 경우 우리 군도 ‘맞대응’이 불가피하다. 우선적으로 육상 완충구역(MDL 기준 남북 5km)에서 포병사격 및 기동훈련과 MDL 인근 공중 완충 구역 내 무인기 정찰을 재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북한이 서해 NLL과 서북도서를 위협하는 포격도발을 하면 백령도 등 서북도서의 해병대에 배치된 K-9자주포와 천무 등이 상응하는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군은 북한이 9·19 합의의 파기 과정에서 언제든 도발해올 수 있다고 보고,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등 긴장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박한기 합참의장(대장)은 전날(16일) 전군 주요 작전지휘관 화상회의를 주관하면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사단장급 이상 지휘관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박 의장 등 군 지휘부는 북한의 육해공 도발 시나리오 20여 개를 집중 토의하고, 군별·제대별 대응태세를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과 주한미군의 신호정보 수집 정찰기 2대도 17일 수도권 상공에서 대북 감시 비행을 했다.

한편 북한군 총참모부가 이날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연대급 부대와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공단 조성과 금강산 관광 사업 과정에서 후방으로 물렸던 사단과 기갑·포병여단의 재배치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전차와 장갑차를 비롯해 최소 수십 문의 방사포와 자주포를 개성공단에 전진 배치해 불과 50여 km 떨어진 서울을 언제든 초토화할 수 있다는 위협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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