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자산가 컷오프 기준-코로나 피해 자영업자 구제 여전히 깜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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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체적 기준 안밝혀 혼란 가중

정부가 3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서도 ‘고액 자산가 컷오프’ 기준이나 최근 소득이 급감한 자영업자 구제 방식에 대해서는 발표를 미루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원 대상이 여전히 불명확하고 각종 형평성 논란도 해소되지 않아서다. 결국 ‘나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궁금증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도대체 어디까지가 고액자산가?” 혼란 이어져

정부는 3일 브리핑에서 고액 자산가를 걸러낼 기준은 여러 공적 자료들을 이용해 추후에 다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적 자료로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납부 기록, 금융재산, 각종 회원권, 분양권 보유 내용 등이 거론되지만 정부는 어떤 자료가 기준이 될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아파트는 몇억 원짜리 이하여야 지원금을 받는 것이냐”, “전세보증금도 보유 재산에 포함되는 것이냐”와 같은 글들이 쏟아지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소득이 감소한 자영업자에 대한 구제 여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사실상 떠맡긴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3월 건보료는 재작년 소득을 기준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올해 소득이 갑자기 줄어든 자영업자는 지원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이에 정부는 “소득이 줄어든 것을 증명하면 각 지자체가 지원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만 발표했지, 구체적인 심사 기준은 전혀 밝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해 향후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 생겨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소득이 감소한 기준을 매출로 할지 순수익으로 할지 등을 정하기 어렵고 어떻게 정해도 형평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영업자들은 건보료를 기준으로 삼은 것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직장가입자는 회사와 직원이 건보료를 절반씩 부담하는 반면 지역가입자는 본인부담금이 100%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가입자들은 건보료 기준을 직장가입자의 2배로 맞춰 달라는 주장도 한다.

○ 맞벌이나 아까운 탈락자 구제한다며 기준도 안 밝혀


맞벌이나 1인 가구가 불리한 것도 이전과 마찬가지다. 소득 기준이 되는 건보료는 가구원 보험료의 합산액으로 정하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은 지원금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맞벌이 부부는 유리지갑이라 세금만 많이 내고 정부 지원 대상에서는 모조리 빠진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가 “맞벌이 가구는 부부 주소지 등에 따라 여러 조합이 있는데 최대한 맞벌이에 유리한 쪽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보험료 납부액 1000원 차이로도 최대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못 받을 수 있어 비슷한 소득의 가구 간에 희비가 엇갈리는 문제도 여전하다. 정부는 이날 “소득 하위 70% 경계선상에 있는 분들이 최근 소득이 감소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으면 확인해서 지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까지가 ‘경계선’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되는 대로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으면서 혼란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모두에게 지원금을 주라는 의견마저 나온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제대로 된 기준을 내놓지 못하면서 사회적 갈등만 커지고 있다”며 “상위층을 걸러내기 위해 발생하는 비효율과 행정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세종=주애진 jaj@donga.com·최혜령 / 전주영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건강보험료#긴급재난지원금#고액자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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