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성호]한국 사회에서 1만5000원어치의 죗값
일선 경찰서에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위원회)’라는 게 있다. 위원회의 설치 근거를 담은 운영 규칙의 첫 조항인 설립 목적에는 그 방향성이 명확히 설정돼 있다. “경미한 형사사건 피의자의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하여”라는 것이다. 국내 형사사법 체계의 첫 단추인 경찰부터 우리 사회에도…
-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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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서에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위원회)’라는 게 있다. 위원회의 설치 근거를 담은 운영 규칙의 첫 조항인 설립 목적에는 그 방향성이 명확히 설정돼 있다. “경미한 형사사건 피의자의 전과자 양산을 방지하기 위하여”라는 것이다. 국내 형사사법 체계의 첫 단추인 경찰부터 우리 사회에도…
지난달 김경수 씨(83)는 대구 강북소방서를 찾아 5억 원을 기부했다. 26년 전 폭우로 불어난 강에서 실종된 중학생들을 수색하다 순직한 소방관 아들(김기범 소방교·당시 26세)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을 내놓은 것. 김 씨는 아들이 남긴 유족연금과 평생 검소한 생활로 모은 돈을 국가유공…
서양 언어에서 봄을 나타내는 단어들은 스프링(영어) 프랭탕(프랑스어) 프륄링(독일어) 등이다. 예외 없이 약동하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준다. 반면 동양 언어의 ‘봄’ ‘춘(春)’은 조는 듯한, 꿈꾸는 듯한 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고(故) 이어령의 글에 나오는 얘기다. 거의 반세기…
류지현 전 LG 감독(53)은 원조 ‘신바람 LG’의 주역이다. 프로 데뷔 해이던 1994년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2004년 은퇴할 때까지 LG 유니폼만 입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코치 생활도 LG에서만 했다. 2021, 2022년에는 LG 감독으로 팀을 이끌었…
열어둔 문틈으로 나무가 슬며시 이파리를 내밉니다. 곳곳이 누렇게 뜬 걸 보니 겨우내 볕에 목이 말랐던 모양입니다. ―부산 영도구 영선동에서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파도가 빨간 노을과, 노란 태양과, 파란 바다를 몰고 와 방파제에 덧입히는 걸까요. 방파제가 색색의 옷을 입었네요.―강원 강릉시 순긋해변에서
봄이 찾아오면서 잦은 코피로 고생하는 이가 많다. 코피는 대개 감기, 알레르기로 인해 코를 자주 풀거나, 코가 꽉 말라 건조한 상태에서 가려워 콧속을 긁거나, 재채기를 크게 하거나, 코딱지를 무리하게 파내려다가 흘리게 된다. 비염은 코피를 유발하는 가장 큰 적이다. 비염이 생기면 콧속…
과거의 테러리스트들은 어떻게 해서든 방송 카메라에 얼굴을 내밀고, 세계인들에게 자신의 조건이나 목소리를 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다. 이 점이 은행 강도나 폭력조직의 테러와 다른 점이었다. 그리고 테러리스트들도 이런 태도로 자신들은 범죄자와는 다른 혁명 투사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
상품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고령층 등을 상대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판 은행들이 하나둘 배상에 나서고 있다(동아일보 사설 4월 4일자)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일해서 얼마를 버느냐보다 어떤 의미에선 번 돈을 어떻게 굴리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를 살고 있는 평범한 사…
● 유래: 불교 경전인 전등록(傳燈錄)과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에서 유래한 사자성어입니다. “어느 날 석가세존이 제자들을 영취산(靈鷲山)에 모아 놓고 설법을 하였다. 그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 세존은 손가락으로 연꽃 한 송이를 말없이 집어 들고 약간 비틀어 보였다. 제자…
민주사회에서 선거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합리적이지 못한 결정을 내리거나 대중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2016년 영국은 국민투표를 통해 3.8%포인트 차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를 결정했습니다. 이를 두고 유명…
‘Green Onion(대파)’. 미국 최대 통신사인 AP가 5일 한국 총선 이슈를 다루는 기사에서 3대 키워드를 꼽으면서 가장 첫머리에 올린 단어다. “대파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18일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가정보원 예산은 일부 공개되기도 하지만 전모는 베일에 가려 있다. 국정원 예산은 세 덩어리로 구성된다. 첫째, 지난해 8526억 원이 책정된 공식 예산으로, ‘안보비’라고 부른다. 과거에는 영수증 증빙이 생략되는 특수활동비로 전액 구성됐다가 전직 원장 3명이 재판받는 홍역을 치른 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유치 전쟁을 취재하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50개 주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반도체 프렌들리’ 환경으로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치전의 실패를 거울삼아 교육이나 인프라에 더 투자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도전을 준비하는 식이다. 지난주 SK하…
《1980년생인 그는 44년간 일곱 개 이름으로 불렸다. 북한 양강도 혜산에서 ‘김지혜’로 태어나 어머니의 재혼으로 ‘박민영’이 됐다가, 17세에 중국에 대한 호기심에 압록강으로 국경을 건넌 뒤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12년간 ‘채미란’ ‘장순향’ ‘채인희’ ‘박선자’로 이름을 네 번 …
수년 전 이집트 카이로 특파원 시절 정부종합청사 ‘무감마’를 갔다가 ‘영험함’을 경험한 적이 있다. 비자를 연장하러 갔다가 족히 3, 4시간은 기다려야 할 듯한 긴 줄의 끝에서 한숨 쉬고 있던 내게 한 남성 직원이 웃으며 다가왔다. “비자?”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내 팔을 …
의사들이 가장 큰 아쉬움을 느낄 땐, 병원에 늦게 찾아온 환자를 만날 때다. 정신건강의학과 역시 마찬가지다. “좀 쉬거나 운동하면 낫는다고 주위에서 말하더라고요.” “정신과에 가면 무조건 약을 줄 건데, 먹으면 큰일 난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말들이 치료 적기를 놓치게 만든다. 모든 …
퇴직 후에 먼저 오는 연락이 줄어든다는 점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나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세상과 단절된 듯한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끊기지 않는 소식이 있었다.그날 아침도 그랬다. 잠도 덜 깬 이른 시각에 느닷없이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역시나 부고 문자였다. 옛 직…
서로 바빠 통 연락 없이 지내던 친구가 도배를 부탁해 오는 일이 종종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랜만에 친구 얼굴도 볼 겸 도배 작업을 맡아 진행한다. 친구나 지인의 부탁을 받아 일을 하다 보면 단순히 도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조금은 더 들어가게 되는 경험을 한다. …
쉽게 잘 삐치는 아이들이 있다. ‘삐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동 공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는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기 위한 목적이다. 삐치면 상대가 미안해하기도 한다. 삐침은 어떤 면에서는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거…